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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글로벌 특허행정

김영민 특허청장


부산은 서울·제주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회의 도시다. 국제협회연합(UIA)이 발표한 '2013년 세계 도시별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부산은 2012년 세계 19위에서 10단계 상승한 9위를 기록해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산업도시, 항만 허브로만 알려졌던 부산이 훌륭한 컨벤션 시설과 휴양 인프라를 접목해 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회의와 부산모터쇼,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전시회, 컨벤션 행사가 연중 열리는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허 분야 4위 지식재산 강국 부상

얼마 전 '선진 5개국(IP5) 특허청장·차장 회의'를 위해 찾은 부산 해운대는 하늘에 닿을 듯한 초고층 건물과 잘 갖춰진 국제회의 기반시설이 도시의 역동성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부산의 마천루가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발전상을 보여주듯 보이지 않게 주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속의 한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 우리의 지식재산(IP) 분야가 아닐까 싶다.

경제 분야에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5위, 1인당 GDP 세계 33위이지만 지식재산 분야에서는 특허 출원량과 등록특허 보유량 세계 4위의 지식재산 강국이 됐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한국은 지식재산 분야 G5라 할 수 있는 'IP5' 회원국으로 활약하고 있다.

IP5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5개국이 참여하는 특허 협력체이다. 전 세계 특허의 열 개 중 아홉 개가 이들 다섯 국가에 출원되고 있어 가히 IP5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지식재산 분야만큼은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경제 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2007년 첫발을 내디딘 IP5 회의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특허심사 협력의 여러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IP5 특허청 심사관들이 각국의 특허심사 진행 정보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는 이른바 OPD(One Portal Dossier) 시스템을 개통했다. 다른 나라의 심사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심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외국에서 신속하게 특허를 받고자 하는 출원인을 위해 올해 1월부터는 IP5 중 어느 하나의 국가에서 먼저 특허 등록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다른 IP5 국가에서 동일 출원에 대한 신속한 심사를 받게 하는 IP5 특허심사고속도로(PPH) 제도도 도입했다.

이번에 열린 IP5 특허청장·차장회의의 핵심 주제는 특허제도와 정보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주요국 특허청 청장과 차장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특허서비스를 제공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고객의 의견을 가까이서 듣기 위해 특허제도 사용자 그룹인 각국의 산업계 대표와의 회의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진 5국 부산 회의 계기 재도약 기대

이번 회의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기존에 특허청 심사관만 사용하던 OPD 시스템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내년이면 심사관이 아닌 일반인도 IP5 국가의 심사진행정보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지재권제도 사용자들은 각 나라의 특허심사 진행 경과를 확인하고 이에 맞춰 지재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등 사용자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 대표로서 이번 IP5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제 우리나라가 미국·유럽·중국·일본과 함께 세계 특허제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이번 회의 개최가 우리나라가 지재권 분야에서 '또 하나의 마천루'를 만드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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