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11월7일)를 앞두고 미 의회 내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에 북ㆍ미 양자회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의회 내 양자 회담 촉구는 북핵 문제를 중간선거 전략으로 활용해온 민주당에서 주로 제기됐으나 최근 들어 공화당 중진 의원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개별 의원 자격의 발언이지만 공화당 패배가 예상되는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의원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오랫동안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이를 거부해왔으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조만간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루거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동북아 4개국 릴레이 방문을 마친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상원 법사위원장인 앨런 스펙터 공화당 의원도 CNN에 출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도 있는 만큼 문제가 심각해졌다”면서 “우리는 직접 양자 협상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부시 행정부는 수년 동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주시해왔으나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을 폭발시켰다”며 “북미 직접 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 이를 적극 선거 이슈화하고 있어 부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22일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부시 행정부가 북미 양자회담에 나서야 한다는 거센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원 유일의 흑인 의원으로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한 베럭 오바마 민주당 의원도 이날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대북 제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어느 시점에서는 미국이 6자회담과 병행해 북한과 양자대화를 시작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친구이자 대이라크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적들(이란과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양보가 아니다”며 북미 양자회담 불가 정책의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척 하겔 상원의원도 “우리는 적들을 포용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견해에 동의했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 시절 양자회담에 나섰다가 북한이 경제적 지원만 받고 핵을 폐기하지 않았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북ㆍ미 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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