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중국발 경제 위기는 대(對)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와 남미 신흥국에 이미 옮겨붙었다. 지난달 11일 중국의 깜짝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은데다 원자재 수출이 급감하면서 재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우선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당장 수출과 경제 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일본, 한국, 대만의 7월 수출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5%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이 신흥국에 제공을 약속한 차관 역시 세계 경제를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 각국을 돌며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중국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차관 제공이 지연·취소되거나 최악의 경우 상환 요구가 시작되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신흥국 경제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위기의 여파는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위기가 번지는데다 생각지 못한 악재가 닥치기도 한다.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인 ‘존디어’가 연쇄 경제 위기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발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존디어는 난데없이 남미지역 매출이 급감했다. 중국이 커피, 대두, 설탕 등 농산물 수입을 줄이자 브라질 등 남미국가 농민의 여건이 나빠졌다. 돈이 없는 농민들은 존디어에서 농기계를 구입하지 않았고 존디어의 올해 남미 매출은 25% 감소할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라도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들 국가가 글로벌 위기에서 빗겨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에서 빠진 자금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면 ‘엔고’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엔화 약세 정책으로 간신히 경제 숨통을 틔워놓은 일본으로서는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몇 달간 연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리면서 전세계에 값싼 중국산 제품이 유통되면 선진국들로서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더 어려워진다. 중국과는 교역량이 많지 않더라도 가격적인 면에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장기간 전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것처럼 세계 실물경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이 무너지면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여지가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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