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자 서울경제신문이 보도한 내년도 해외자원 개발 관련 예산 규모는 이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내년 예산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611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는 자원개발융자(성공불융자) 예산은 올해 1,438억원에서 내년에는 아예 1원도 잡히지 않았다. 해외자원 개발에서 정부가 완전히 손을 뗀다는 뜻이다.
전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해외자원 개발의 중요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석유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우리에게 해외자원 개발은 생존을 위해 당연히 힘써야 할 국가적 과업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한 후 에너지를 얻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우리의 에너지 자립률은 고작 4%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외자원 개발은 최소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성과가 나오는데 지금 일시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손을 놓아버린다면 에너지 안보는 절대로 지켜낼 수 없다. 세계에너지평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 안보 수준은 129개 회원국 중 103위로 전년보다 15단계나 떨어졌다.
때마침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에는 유전을 사들인다며 법석을 떨더니 저가매수에 나서야 할 지금 투자하지 않는다면 불과 몇 년 사이 땅을 치며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해외자원 개발을 포함해 정권만 바뀌면 180도로 뒤집어엎는 관행을 도대체 언제까지 목격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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