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뒤면 71억명의 눈이 쏠릴 32개국의 '축구전쟁' 브라질월드컵(한국시간 6월13일~7월14일)이 막을 올린다. 지난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월드컵에 처음 발을 디딘 한국은 그로부터 60주년인 올해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노린다. 2002년 홈에서 첫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썼을 때 '캡틴'이던 홍명보(45)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마이애미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다. 손흥민(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 구자철(마인츠) 등 사상 최다 유럽파(9명)로 무장한 젊은 대표팀은 오는 18일 오전7시 러시아와 H조 1차전(쿠이아바)을 치르고 23일 오전4시 알제리(포르투 알레그리), 27일 오전5시 벨기에(상파울루)를 상대한다. 1차 목표인 16강을 위해 극복해야 할 H조 상대국들을 '3대 특명'을 통해 들여다봤다.
◇야신의 후예를 뚫어라=월드컵 같은 큰 무대를 준비할 때 모든 나라의 걱정은 아마도 조직력일 것이다. 곳곳에서 가장 빛나는 구슬을 끌어모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힌다 해도 그게 곧 보배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럼 같은 리그에서만 선수를 뽑아 대표팀을 만들면 어떨까. 그 좋은 예가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러시아다. 전원을 자국 리그에서 뽑았다. 그래서 러시아의 강점은 조직력이다. 수비 4명을 CSKA모스크바 소속으로만 줄 세울 수도 있으며 나머지는 제니트 소속이 많다. 선발이 유력한 선수들 가운데는 무려 9명이 A매치 40경기 이상의 경력을 자랑한다. 러시아의 최대 강점은 조직력 중에서도 수비 조직력이다.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5골밖에 내주지 않는 '짠물수비'로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골문은 707분 연속 무실점으로 이 부문 러시아 기록을 새로 쓴 '야신의 후예' 이고리 아킨페예프(CSKA모스크바)가 지킨다. 레프 야신은 통산 270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는 러시아 선수다.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 감독의 '독불장군'식 선수 운용은 잉글랜드 대표팀 시절에는 논란이 됐어도 러시아와는 잘 맞는 것 같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자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2018년까지 카펠로와 재계약했다. 카펠로는 잉글랜드 감독 시절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0대0으로 비겼던 알제리와 다시 만난다. 1일 끝난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는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대1로 비겼다. 올 들어 치른 세 차례 평가전에서 첫 실점이었다.
◇튀니지전의 교훈을 잊지 마라=알제리는 다수가 프랑스 청소년 대표팀에서 뛰다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무늬만 아프리카'인 유럽팀이다. 치밀한 정보 수집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출정식 경기에서 튀니지에 0대1로 졌던 악몽을 알제리를 상대로도 겪을 수 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1승1무로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알제리는 보통의 아프리카팀들과 달리 개인기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세밀한 플레이를 펼친다.
키 플레이어는 '알제리의 지단'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 지난 시즌 4골 8도움을 올려 스페인리그에서도 수준급 미드필더로 손꼽힌다. 하지만 페굴리는 훈련 강도를 놓고 바히드 할리호지치(보스니아) 감독과 마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코트디부아르 사령탑을 거쳐 2011년부터 알제리를 맡고 있는데 협회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 월드컵 뒤 바로 알제리를 떠나 터키 트라브존스포르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한국이 이른 시간에 선제골만 터뜨린다면 쉽게 무너질 가능성도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알제리는 1일 아르메니아와의 평가전에서 3대1로 이겼다. 에사이드 벨카렘(왓퍼드)과 리야드 마레즈(레스터시티),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가 골 맛을 봤다. 슬리마니는 아프리카 예선 7경기에서 5골을 넣은 알제리의 주전 원톱이다.
◇첼시 3인방을 넘어라=유력한 H조 1위 후보 벨기에는 본선 32개국 가운데 다크호스로 첫손에 꼽힌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떠오르는 스타들을 한데 모아놓은 팀이 벨기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요주의 인물도 1명만 고르기가 어렵다. 포지션별로 1명씩 버티고 선 '첼시 3인방'이 특히 무섭다. 잉글랜드리그 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에당 아자르(첼시)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14골 7도움을 올렸다. 유럽에서 가장 재기 넘치는 미드필더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톱 로멜루 루카쿠(에버턴)는 191㎝에 98㎏의 거구임에도 유연하기까지 한 괴물. 15골에 5도움을 기록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페인리그 우승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차세대 거미손'을 넘어 일부에서 현역 최고의 수문장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루카쿠와 쿠르투아 모두 임대선수로 원소속은 첼시다. 2일 끝난 평가전에서 루카쿠와 아자르가 1골씩을 넣고 쿠르투아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빠진 스웨덴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벨기에는 2대0으로 이겼다. 벨기에의 약점은 선수 대부분이 어려 월드컵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 공격적 성향이 너무 강해 때로 수비 가담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도 2018년까지 벨기에 대표팀과 재계약한 마크 빌모츠(벨기에) 감독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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