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공약은 그동안 거론돼온 수준보다 강도가 세지고 범위도 넓어져 단순한 기업 때리기 수준을 넘어 경제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대기업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부분 과거 정권에서 현실성이 떨어져 용도 폐기됐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드러나 규제를 완화했던 정책을 되살리려 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혼란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선거철마다 야당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출총제의 경우 기업의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순환출자 해소를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해결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나 금융산업을 키우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금산분리에 메스를 들이대는 행위는 기업경영을 혼선에 빠뜨리고 시대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기업인을 마치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대기업 회장이라도 현행법대로 처벌받으면 될 일이지 집행유예는 안 된다거나 대통령 사면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리를 초월하는 정치월권이다.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선거 때만 되면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한 자세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같은 이가 재벌의 약화는 외국 금융자본의 힘만 키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을까 싶다.
지금 국민이 한결같이 원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대기업 경영을 옥죄고 시장경제를 거스른다면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서민들의 삶은 더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정책은 현실여건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권자들도 달콤한 정치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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