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올해(2.8%)보다 크게 높여 3.9%로 내다본 데에는 경제체질을 바꿔 성장의 새 엔진에 시동을 걸겠다는 정책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수출 위주로 버텨왔던 경제 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변화시켜 대외경제여건의 급변 속에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경제정책의 초점을 지표 관리 위주에서 국민체감 중심으로, 정부주도 방식에서 민간견인 방식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하겠다는 의미가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행간에 녹였다.
특히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 뛰는 주택 전ㆍ월세값-멈춘 매매값, 오르는 공공요금 등은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정부가 내년에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주택경기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을 짚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공공요금 원가분석을 제 3의 기관에 의뢰해 거품이 있는지 살펴보고 소관 기관들에게 자구노력을 더 기울이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읽혀진다. 정부가 중산층의 개념을 내년부터 재정립하겠다고 덧붙인 점 역시 통계지표상의 중산층과 국민이 실감하는 중산층의 개념이 다르다는 판단에 따른 방안이다.
결국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가 풀려야 지갑이 열리고 이것이 내수를 살려 경제성장의 패달을 돌릴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맥을 정확히 짚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청약제도를 무주택자 중심에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법인, 교체수요층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나 재개발ㆍ재건축 용적률 규제 등을 풀겠다는 방안도 큰 틀에선 합리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이 실천되기 위해선 보다 공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책이 3대 철벽인 국회, 지방자치단체, 노동단체 등을 돌파하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 있는 탓이다. 당장 주택 등 부동산개발 규제완화를 놓고선 서울시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청약제도 역시 정부가 아무리 주택공급규칙 등을 개선하더라도 지자체가 스스로의 재량권을 발휘해 딴지를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입법이 쉽지 않은 사항은 가능하면 국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적 재량을 통해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시행령, 시행규칙이나 유권해석 등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동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차선책도 조심스럽게 추진하지 않으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날 수 있다. 정부의 행정적 운용의 묘에 대해 국회가 입법권 침해라며 반발할 수 있다는 게 여권 일각의 우려다. 예를 들어 일부 규제를 행정부가 하위법령 등으로 풀 수 없도록 국회가 법으로 못 박거나 하는 식으로 제동이 걸리면 상황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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