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급)이 전날 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소니픽처스 해킹 문제를 협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의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에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케리 장관에게 "중국은 어떠한 국가나 개인이 타국의 시설을 이용해 제3국에 사이버 공격을 하는 데 반대한다"고 발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이는 중국의 원론적 입장으로 북한이 사이버해킹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날 미국과 공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환구시보 등을 통해 소니의 영화 '인터뷰'에 북한을 자극하는 오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중국이 북한 제재와 관련해 미국에 협조한다면 미국으로서는 효과적인 대북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어 테러지원국 지정을 통한 추가 제재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사이버 공격 시도 무력화, 내부 선전매체를 교란하는 대북 정보전 등 북한을 겨냥한 사이버 대응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긴요하다"며 "북한의 거의 모든 통신망이 중국 네트워크를 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니픽처스를 겨냥한 해킹 공격도 중국 통신망에 기반을 두고 싱가포르와 태국·볼리비아 등 다른 국가 서버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미국과 공조할지는 미지수다. 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지난 5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5명을 미국 기업정보를 빼간 혐의로 기소하는 등 양국은 그동안 사이버 보안을 놓고 긴장관계가 고조돼 있었다.
미국은 이 밖에 한국·일본·영국·호주·뉴질랜드·러시아 등과도 대북 대응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 중 일본은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통해 이날 '미국의 대처를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냈으며 우리 정부도 20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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