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동양과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시멘트 등 4개 계열사의 법정관리인으로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기업이 빠르게 회생하는 것이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며 이를 위해서는 업무 노하우가 있는 기존 경영진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동양과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대량으로 발행해 4만여명의 개인투자 피해자들이 발생한 점을 감안해 제3자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원은 동양네트웍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며 기존 경영자인 김철ㆍ현승남 대표이사를 배제한 채 김형겸 등기이사를 관리자로 선임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의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재판부 측은 "두 경영자의 경우 대주주와의 밀접한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공정한 회생절차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동양네트웍스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수주나 영업활동이 필수적인 만큼 회사 업무 전반을 잘 아는 관리인이 꼭 필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동양그룹 채권 투자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반대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고통 받는 개인투자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다른 투자자 역시 "오너 일가의 고의성 짙은 사기행각에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자본이 완전 잠식돼 껍데기만 남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을 청산시키지 않고 회생절차로 넘긴 결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법원 측은 "현 단계에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재산조사 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며 인가단계에 가서 청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부실이 크지 않아 '기획 도산' 의혹을 낳은 동양시멘트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도 반발을 사는 요소다.
동양증권 노동조합은 이날 법원에 기각 요청을 한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 명단에 들어간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노조는 그동안 동양시멘트의 경우 회생절차가 필요 없는 견실한 기업이기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법원 측은 "동양시멘트가 상대적으로 우량하지만 역시 800억원 상당의 유동성 위기가 있는 만큼 기업회생 절차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법원 측은 동양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회생계획 인가와 채무변제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각 계열사들은 자산매각을 중심으로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의 경우 동양인터내셔널 지분 100%와 동양파워 지분 19.99%, 동양매직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동양파워와 동양매직 지분을 매각해 회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매직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약 2,500억원 규모로 거래 논의가 오갔다.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동양증권을 핵심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승인된 만큼 회생을 위해서는 동양증권 매각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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