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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기 인력 미스매치와 숫자놀음


지방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올 초 졸업을 앞둔 한 학생과 진로상담을 하며 눈물을 삼켰다. 한 대기업 계열사 최종면접을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던 학생에게 이 교사는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취직할 것을 권했다.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특성화고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중소기업 취업률을 유지해야 차년도에도 안정적으로 사업예산을 받을 수 있다 보니 학생들의 대기업 취업을 제한하는 대신 중기 취업을 적극 유도하도록 학교장이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 교사는 "교사가 되면 아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며 "정부의 숫자놀음에 아이들의 꿈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에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48.5%로 전년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고 특히 취업자 중 63.5%가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특히 중기청의 지원을 받은 특성화고 취업률은 2008년 23.8%에서 2011년 43.6%로 껑충 뛰었는데 43.6%의 취업률을 뜯어보면 31.3%포인트가 중소기업 취업자로 취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공공기관ㆍ대기업 등 기타 취업률은 12.3%포인트에 그쳤다. 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우수인력 양성과 중소기업 취업 확대라는 정책목표에 크게 부합하는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앞선 사례처럼 인위적인 진로지도의 결과일 공산이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중기청의 예산을 받은 학교들로서는 학생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도록 하는 대신 중소기업으로 보내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기자 역시 중소기업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등 전문계고에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 중기 현장으로 보내주는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러나 중기인력 양성사업의 최종 목표는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해소일지언정 단기적인 정책목표마저 중기 취업률 제고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건이 우수한 대기업 취업을 앞둔 학생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권장하는 기이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정부 정책에 학교 현장이 휘둘리기 때문이다. 중기 취업률을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특명이 내려진 이상 아이들의 꿈과 재능에 대한 고민과 배려는 뒷전으로 밀린다.

다양한 직업세계를 그린 지도 속에 중소기업이 자리 잡게 하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매년 올라가는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의 중소기업 취업률이 중기 인력 미스매치가 해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까.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일까. 인위적인 숫자놀음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끼를 발현할 일자리를 골라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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