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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가 또다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크리스티는 순수 예술품과 장식 예술품을 합친 2014년 매출이 84억달러(약 9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1764년 설립돼 2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크리스티의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 아랑곳없이 전년 대비 17%나 증가한 수치다. 또 양대 경매회사의 하나인 소더비는 경매로만 전년 대비 18% 증가한 60억달러 어치의 예술품을 판매했고, 사적(private) 거래를 포함한 2014년 총 매출을 다음 달에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이들 경매회사의 성과를 살펴보면 동시대(Contemporary) 현대미술의 선전이 눈에 띈다. 예술을 시기별로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으나 보통 동시대미술이란 전후미술, 즉 1945년 이후의 현대미술을 가리킨다. 그 이전은 근대(Modern)미술이라고 하여 잘 알려진 인상주의 미술과 함께 거론된다.
크리스티의 지난해 최고가 낙찰작은 전후·동시대미술에 속하는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1963년작 '트리플 엘비스'로 약 8,192만달러(약 88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추상표현주의 미술가 사이 톰블리가 1970년에 그린 어린이 낙서같은 작품 '무제'는 약 6,960만달러(약 753억원)에 팔렸다. 반면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의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1881년작 '봄'은 6,512만달러(약 705억원)에 낙찰됐다. 예쁘지도, 성의있어 보이지도 않는 현대미술품이 왜 마네의 명품보다도 더 비싸게 팔릴까.
이는 시대상 및 미술소비층의 변화와 관련 있다. 최근 미술시장에는 신흥 부유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지난해 경매 고객의 30% 이상을 예술품을 처음 구입한 신규고객으로 파악했다. 30~40대 젊은 고객의 온라인경매를 통한 작품 구입도 급증했다. 젊은 미술애호가의 취향은 전통적 컬렉터들과 사뭇 다르다.
작가의 손맛과 명작도 좋지만 이들은 대중문화를 접목한 '알아보기 쉬운' 그림, 혹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 등에 더 관심을 보인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릴린 먼로 등 대중적 아이콘을 작품에 이용한 워홀이나 반질거리는 조각 작품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제프 쿤스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게다가 신흥 갑부일수록 비싸게 주고라도 제일 좋은 작품을 소유하려는 성향이 강한 만큼 이들 덕분에 팝아트와 추상표현주의를 위시한 현대미술과 글로벌 아트마켓은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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