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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최동규 특허청장

민간 NPE 적극 육성… 해외 특허괴물 대응능력 키울 것

기업들 유망특허기술 선점 하도록 과제 제공 등 선제적 지원

중기 업종별로 조합 만들어 특허 거래 할수있게 플랫폼 구축

특허 출원 과정 통보·정보도 공개… 출원인과의 소통 강화



"유망 특허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y)를 육성해 해외 특허괴물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최동규(56·사진) 특허청장은 12일 취임 두 달을 맞아 서울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는 고품질 특허를 포착해 미리 매입하는 민간 NPE들이 부족해 해외 특허괴물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역량 있는 민간 NPE 참여자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 청장이 NPE 육성에 나서는 것은 '가치 있는 땅을 잘 보는 부동산 업자처럼 유망 특허를 잘 보는 민간 NPE들이 많이 나와야 해외 특허괴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설립한 특허관리전문회사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ID)도 양질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실적을 내 민간 NPE들이 생겨나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최 청장은 "양질의 특허를 바탕으로 ID가 특허 전문 민간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해 해외 특허괴물로부터 우리 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이끌 방침"이라며 "ID가 자리 잡으면 민간 NPE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해외 특허괴물의 공세를 차단하려면 국내에 민간 중심의 NPE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 NPE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이 244건에 달하는데 이런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NPE들이 많이 나와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허를 상업화하지 못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싼값에 특허를 사들여 영업을 하는 게 NPE의 사업모델인데 미국에는 360여개의 NPE가 있는 반면 국내에는 소수의 민간 NPE들밖에 없어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앞으로 민간 참여자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생각이며 민간에서 NPE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직접 출연해 NPE를 운영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NPE사업 모델의 경우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정부가 중심이 되면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청장은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설립한 ID에서 성과를 내 민간 NPE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ID는 최근 몇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ID업무를 이관받은 특허청은 질 높은 특허 매입과 강도 높은 경영혁신으로 적자 규모를 줄여나가고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최 청장은 국내 기업들이 유망 특허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단순히 특허출원 신청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업들에 '이 분야에는 유망 특허가 아직 없으니 이 분야를 적극 연구하라'고 주문하고 산학연 연구소에 유망 특허기술 과제를 미리 주는 식이다. 그는 "업계 숙원기술을 기업이나 연구소에 던져줘 이들이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또 절차적 사유로 특허출원이 좌절되지 않도록 돕고 특허가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중소·중견기업이 업종별로 조합을 만들어 특허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허를 출원하고도 사업화에 이르지 못해 특허료만 지불하는 중소기업은 거래 플랫폼을 통해 다른 기업에 특허를 매각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특허 기술이 없어 영업에 애를 먹었던 기업은 다른 기업의 특허를 사와 사업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최 청장은 "중소기업이 해외 특허괴물의 타깃이 되기도 하고 국내 대기업과 특허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며 "동종업계끼리 조합을 만들어 특허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이 취임 후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출원인과의 소통 강화다. 출원인과 심사관이 소통해 고품질 특허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심사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도록 할 계획이다. 최 청장은 "심사관들이 출원인을 되도록 많이 만나 특허출원 전 과정을 통보해주도록 할 것"이라며 "특허출원 과정에서 하나의 조치가 시행될 때마다 출원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원인과 상의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사항은 즉각 수정하도록 해 귀중한 기술이 되도록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전에는 심사관이 특허를 심사하다 도면에서 틀린 점을 발견하면 '도면이 틀리므로 특허 거절'이라고 출원인에게 통보했는데 앞으로는 '도면이 틀렸으니 고쳐서 제출하라'는 식으로 통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최 청장은 "심사 결과만을 제공하던 원웨이 심사 서비스에서 탈피해 심사 전 단계에 걸쳐 출원인맞춤형 심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승소해도 손해배상액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최 청장은 "법원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 특허권 침해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 평균치는 5,900만원(2009~2013년 기준)으로 미국(49억원)보다 턱없이 적다. 최 청장은 "손해배상액이 커지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손해배상액 산정체계를 개선하고 특허 소송에서 원고의 피해 입증 책임을 줄여주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특허소송 관련 손해배상액 체계를 개선하고 관련 증거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특허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

변호사에게 시험과 연수를 거쳐야만 변리사 자격증을 주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변리사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서는 변호사와 변리사들이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특허청은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변리사법 개정을 추진해왔으나 대한변리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취득을 금지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최 청장은 "변호사들도 지재권 분야를 다룰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변호사들이 변리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산업 재산권 제도에 대한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 연수 등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들이 변리사업을 할 수 있더라도 변리사 자격증이 없으면 출원인들이 일반 변호사를 찾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들이 변리사협회 등을 통해 교육을 받아야 변리사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리사 업무 환경과 관련해 획일적인 수임료와 과도한 덤핑 구조가 만연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계약질서 확립을 유도하기 위해 표준수임계약서를 마련해 보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요자인 출원인과 공급자인 변리사 업계가 올바른 시장질서 형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임기 동안 특허청이 국제 지재권 분야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위상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최 청장은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에서 열린 지식재산 선진5개국(IP5) 특허청장 회의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한국은 미국과 특허 공동심사 프로그램(CSP) 시행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해 9월부터 미국과 특허 공동심사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특허 공동심사는 각국 특허청이 상호 협약을 맺어 심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기존의 특허심사하이웨이(PPH)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CSP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한국 특허청의 위상이 높다는 증거로 평가된다.



그는 "'한국 특허청이 말하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국제무대에서 권위를 더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국제 지재권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특허청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He is …
△1959년 대구 △1978년 경기고 졸업 △1983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 합격 △1987년 특허청 기획예산담당관실 △1994년 마이애미대 로스쿨 졸업 △1994년 상공부,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다자통상국, 지역통상국 △2000년 주시카고총영사관 영사 △2004년 주애틀랜타총영사관 영사 △2008년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공사 △2011년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파견) FTA정책관 △2014년 주케냐 특명전권대사 △2015년 5월 제24대 특허청장



불필요한 문서작성 없애 시간 낭비 줄이고 간부회의·의전도 축소

■최 청장의 조용한 파격 행보

지난 5월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최동규 특허청장 취임식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최 청장이 특허청 직원들이 미리 작성한 취임사 원고를 읽지 않고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으로 취임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최 청장은 20년 만에 친정인 특허청에 돌아오게 된 소감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당시 취임식에서 최 청장은 "취임사에서 제 생각을 말씀드려야지 남이 써놓은 걸 읽는 거는 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직원들이 청장을 위해 문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파격 행보는 특허청 직원들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틈틈이 조용한 변화도 이끌어냈다. 최 청장은 매주 월요일에 진행됐던 간부회의를 격주로 바꿔놓았다. 특허청 역사상 간부회의를 격주로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허청 핵심 인력인 심사관이 주 업무인 심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로 역대 어떤 정책보다 특허심사 현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최 청장은 "회의를 많이 하는 조직치고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이 없다"며 "구성원들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회의는 2주 간격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시범적으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의전도 대폭 축소하고 국·과장을 거치지 않고 사무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업무에 관해 소통하고 있다.

최 청장은 "1987년 특허청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후 7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업무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 문서 보고도 최소화하고 있다"며 "심사관들이 특허 심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오철수 성장기업부장 (부국장 대우) csoh@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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