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이 뒤숭숭하다. 위스키 소비가 감소하자 업계 양대산맥인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잇따라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든 탓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경우 지난 18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했으며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다음달 16일부터 희망퇴직을 신청받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대규모 흑자를 올렸으면서도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점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난해(2012년 6월~2013년 6월) 매출액은 3,59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837억원에 달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307억원, 216억원이었다.
업계에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들 기업의 대표상품인 '윈저' '임페리얼'의 소비가 줄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는 있지만 적자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사가 경영 효율성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수익 감소에 따른 부담을 임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때아닌 희망퇴직에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스키 기업이 "국내에서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해 고용창출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상행위의 기본은 믿음이다. 서로 간의 신뢰가 있어야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회사 경영을 유지하는 데도 믿음은 필수다. 직원들이 신뢰하지 않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 흑자를 내면서도 직원 감축을 강행하는데 임직원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나아가 장사에만 몰두할 뿐 고용창출 등 사회공헌까지 무시한다면 소비자 신뢰마저 잃기 쉽다.
위스키 공룡기업에 우리 사회가 바라는 건 대규모 기부가 아니다. 선도 업체로서 올바른 주류 문화를 이끌고 사회와 더불어 나아가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일 등 지극히 상식적인 당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면한다면 소비자는 물론 사회의 신뢰 회복은 점점 요원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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