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이날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과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의 추인을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소속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특별검사 추천권이 빠진 합의안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목희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는) 집단 지성을 발휘할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주도한 협상 결과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군소정당인 정의당 등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박 위원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완구·박영선 원내대표 회의가 예정된 회의실을 찾아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박 원내대표를 만나기가 어려워 이 자리에 와서 한말씀만 드리고 회의하시라고 나가려고 했다"며 "유가족이나 국민들의 분노를 잘 반영해서 기존 합의를 폐기하고 개방적인 공론화 과정 거쳐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내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협상에서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의사 결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법안에 대해 합의를 하면서 어떻게 의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중재하는 절차를 생략하느냐"며 "위원회가 특별검사 추천권을 갖게 하자는 유족들의 주장도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모조리 무시한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박 위원장이 전날 열린 당내회의에서 재협상을 놓고 "자기들은 해외로 놀러 다니고 다 놀다가 이제 재협상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당내 평가도 차갑게 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원내대표직과 비상대책위원장의 분리론으로 연결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원내대표로서 처음으로 내놓은 협상 결과물이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힌 만큼 원내대표직에만 전념하게 하고 당 혁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을 새로이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할 수 없는데 박 위원장에게 너무 큰 짐을 지게 한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13일 본회의 처리 무산 등의 책임을 박 위원장에게 물을 것으로 보여 박 위원장의 정치적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협상을 요구하면 국회는 상당기간 표류하게 된다. 본회의 열리기도 어렵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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