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노조의 태업으로 LA·롱비치·시애틀 등 미국 서부 주요 항만에서 12년 만에 최악의 '물류대란'이 발생해 한국 수출입 기업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평소보다 통관이 최대 2주일 이상 늦어지면서 납기 지연에 따른 페널티 지급, 식품류 폐기, 운송비 증가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더구나 항만노조가 전면 파업이 아닌 태업으로 물류대란을 일으켜 미 연방정부의 개입이 쉽지 않은 만큼 사태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12일(현지시간) KOTRA LA무역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9개 서부 항만노조인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선박회사들을 대변하는 태평양선주협회(PMA) 간의 올 7월 재계약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노조는 11월 초부터 태업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6년마다 재계약 협상을 벌이는데 올해는 근로조건 개선, 임금, 의료보험 등에서 입장차가 큰데다 감정대립까지 불거지면서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02년 9월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11일간 서부 항만 29곳이 폐쇄되면서 하루에만도 10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후 12년 만에 최악의 물류대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차질액도 2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피해가 가장 극심한 항구는 미국의 각각 1·2위 해상관문인 LA·롱비치항을 비롯해 워싱턴주의 시애틀·타코마항 등이다.
이날 현재 LA·롱비치항에는 배 11척이 하역을 기다리며 해상에 대기하고 있고 평소 2~3일이던 통관 기일이 최소 8일, 최대 18일 추가로 늘어났다. 또 평소 항구에서 LA 인근 물류센터까지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대당 300달러면 가능했지만 지금은 1,000달러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미 수출의 31.1%(금액 기준)를 서부 항만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고 냉동·냉장 보관이 필요한 식품, 연말 쇼핑 대목을 잡아 수출을 대폭 늘린 의류 분야의 피해가 크다. 경상남도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활어는 폐사해 폐기 처분됐고 가을 이후 수출이 집중된 감귤과 배 수출도 사실상 중단됐다. 또 농심과 CJ 등 미 서부 지역에서 식품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원부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울러 수출업체들은 통관 지연에 따른 항만적체료까지 부담하면서 40피트 기준 컨테이너 통관 비용이 기존의 2,000달러에서 5,000달러까지 늘어난 실정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물품 납기 지연에 따른 페널티까지 물어주고 있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문진욱 KOTRA LA무역관 차장은 "그나마 지금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항만 노조 태업이 내년 1월로 넘어갈 경우 납기지연에 따른 페널티 부과, 운송비용 증가 등 국내 수출입 업체들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류대란 장기화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2002년 항만 폐쇄 당시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한하는 법인 태프트하틀리법을 발동해 항만을 정상화했지만 이번에는 전면파업이 아니어서 정부의 개입이 어렵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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