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그리고 믿었던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게 됩니다. 완벽한 치유는 어렵지만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면 상처는 다른 의미로 바뀌면서 서서히 심리적 통증이 누그러진답니다. 자존감을 되찾는 중요한 순간이지요.”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고전인문아카데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3기에 강사로 나선 최광현(사진) 한세대 교수 겸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은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는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KT가 후원하는 고인돌 3기는 29개 주제의 융복합적 인문학 강좌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 그리고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는 “저마다 건드리면 툭 터지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며 “가족과 함께 있어도 거리감이 느껴진다거나,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거나 할 때에는 정확히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족으로부터 받은 심리적인 압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0월 1일부터 노원평생학습관에서 ‘내 안의 상처와 가족 그리고 치유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5주간 강의를 하는 최 교수는 “심리학 이론과 상담사례를 곁들여 내 안의 상처와 가족 그리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라며 “가족 간의 불화로 우울하거나 이유없이 외로워지고 슬퍼지는 까닭이 궁금하다면 이번 강좌에 참가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 간의 상처는 집안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의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로 바꿔놓는 경우도 있다”면서 “불만과 짜증, 분노의 감정이 마음에 깔려있다면 먼저 가족 안에서의 원인을 찾아보는 게 빠를 수 있다. 이번 강좌에서는 그 원인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본대학에서 가족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 교수가 가족 심리치료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은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매년 0.1%씩 정도 증가하던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1998년에 갑자기 25%로 증가했어요. 마침 유학을 떠나면서 가족의 붕괴를 생각하게 됐고, 자연스레 전공을 가족상담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독일에서 본대학병원 임상상담사와 루르(Ruhr)가족치료센터 가족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유럽 여러나라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가족간의 갈등과 이로 인한 아픔을 겪고 있다는 걸 보게 됐죠.”
그는 귀국 후 기족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을 겪는 사람들끼리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책 쓰기를 선택하고 대중적인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스위스 출신의 인문학자 알랭드 보통의 책을 읽으면서 글이 지닌 힘과 영향력을 느끼게 됐다”며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려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다가서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책을 쓰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저서로는 ‘가족의 발견’ ‘ 가족의 두 얼굴’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가족세우기 치료’ ‘인형치료’ 외 다수가 있다.
이번 강좌는 1강-가장 아픈 가족의 상처, 2강-배우자 선택의 숨은 이유, 3강-상처를 주고받는 가족, 4강-행복한 가족의 비밀, 5강-나와 가족을 보듬다 등으로 구성됐다. 최 교수는 “심리학의 기본 지식과 그동안 여러 가족을 상담해 온 경험을 살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강의를 해나갈 것”이라며 “상처의 근원을 더듬어 정확한 실체를 알게 되고 이를 공감하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자신의 내면적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활짝 웃었다. 노원평생학습관에 이어 최 교수는 11월5일부터 어린이도서관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강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3기’의 29개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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