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의 입주 5년차 안팎의 새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고가 전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2억원도 더 내야 재계약이 가능한 단지가 나올 만큼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것. 문제는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이들 대단지가 서울 전체 전셋값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28일 잠실동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잠실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가 7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6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던 가격이 일주일 여 만에 5,000만원이나 뛴 것이다. 2년 전 같은 면적의 8월 평균 전세거래가격이 5억1,000만원 선이던 셈을 감안하면 재계약을 위해선 1억9,000만원을 더 내야 할 정도다.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잠실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단지인 리센츠의 경우 전세가 시세만 형성돼 있지 물건은 씨가 말라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84㎡도 최근에는 9억3,000만~9억4,000만원까지 시세가 올라 있다. 도곡동ㆍ대치동 일대의 새 아파트도 5월에 비해 많게는 1억원 넘게 가격이 올랐지만 시세만 형성돼 있고 물건이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전세수요는 몰리고 또 전세 대출까지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까지 '삼박자'가 맞물리면서 가격 결정이 집주인에게만 달린 상황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우선 전세시장에 고여 있는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구매력 있는 고가 전세 가구를 매매수요로 분산하고 주거비용을 낮추는 정책지원을 통해 월세로 가는 길도 터주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전세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실장은 "현재 전세시장은 하우스푸어 문제, 렌트푸어 문제 등으로 너무 다양한 메커니즘이 있어 전세대책으로는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며 "우선 전세가 매매수요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전세를 강제로 떠받치는 정책 기조를 바꿨다는 의미에서는 이번 정부 대책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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