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우리 민족의 숙명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아달라왕 21년(174년)의 어느 날 하루 종일 우토(雨土), 즉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도 황사 피해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600년부터 황사를 기록했다. 중국과 몽골ㆍ카자흐스탄의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은 거대한 구름층으로 변모해 이틀 뒤면 한반도 상공에 도달한다. 황사 피해는 우리뿐 아니다. 바람과 기압이 맞으면 일본을 지나 태평양과 로키산맥까지 넘어 미국 동부 지역에 퍼지는 황사를 미국인들은 '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 부른다.
△재해에 대해서는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강한 탓인지 일본인들의 황사에 대한 경계심은 생각 이상이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스모그와 결합된 황사의 내습에 일본은 두려워하고 있다. 올해에는 옅은 황사에도 환경청 장관이 직접 나서 외출 자제령까지 내렸다. 그토록 경계하는 황사에도 순기능이 없지 않다. 산성화한 토양을 중화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지연하는 역할도 한다.
△완벽한 황사 퇴치는 불가능하다. 두께가 200미터가 넘는 중국의 황토 퇴적층에서 발생하는 모래폭풍을 막을 길이 없기에 그렇다. 나무 심기 등을 통한 사막화 방지로 피해를 조금이나마 감소시킬 수 있을 뿐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열릴 26~28일 서울의 하늘에도 황사가 낄지 모르겠다. 전세계 총생산의 20%를 점유하는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닿은 까닭에 10년간 지연된 한중일 FTA의 해법 도출도 황사와 비슷하다. 완벽한 합의에 집착하기보다 서로가 입장을 공유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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