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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4] "세계는 환율전쟁… 한은, 드라기·구로다식 대응전략 배워야"

■ 대담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서울포럼 2014' 참석차 방한한 손성원(왼쪽)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와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행사 기간 중 대담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손성원 교수

적절한 시점 구두개입으로 환율·경기예측 가능케해야

미 금리인상 일러야 내년… 서둘러 올리지는 않을 것

● 아이켄그린 교수

신용공급도 신경쓰는 일본 유럽보다 환율정책 한수위

미 실업률 5.5%로 내리고 경기회복 유지때 금리 인상


통화와 금리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국가 중앙은행 수장들의 '입'에 따라 환율과 금융시장은 때론 크게 출렁인다.

이런 식이다. 지난 8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정례 통화정책회의 직후 "환율을 놓고 토의를 했다. 위원회는 다음달 회의에서 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거부감 없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유로화 절상에 대응할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한 선언이었다. 유로당 1.40달러였던 환율은 순식간에 1.38달러대로 떨어졌다. 발언만으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ECB 총재만 그럴까. 각국의 중앙은행 수장들은 침체 혹은 둔화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인 '환율개입 발언'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발언효과(Announcement Effect)다. 상대적으로 자국의 환율이 강세를 띠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많다. 환율약세를 이용해 수출도 늘리고 물가상승도 좀 높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21일~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서울포럼 2014' 직후 세계적인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와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석좌교수의 대담에서도 '환율정책'은 핵심 논제 가운데 하나였다.



손 교수는 각국의 자국 통화의 절하 움직임을 '환율전쟁(currency cold war)'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환율은) 시장에 두면 알아서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일본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정부의 환율개입은 논쟁적인 포인트"라고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현재의 "엔화약세(weaking yen) 수준으로 보는 게 맞다"고 축소 해석했다. 일본 통화당국만이 엔화약세를 의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두 석학 모두 중앙은행의 '환율시장 개입 필요성'은 인정했다. 환율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드라기 ECB 총재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와 같은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에 따라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메커니즘을 신뢰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보진 않지만 정부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행(BOK)이 드라기 총재의 구두개입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2012년 7월 드라기 총재는 '어떤 채권이라도 사겠다'고 발표했다. 무제한 채권 매입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위기가 끝났다는 것을 간접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면서 "한은에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기의 경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한 시점에 구두개입으로 환율이나 경기의 흐름을 시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중수 총재 시절 시장과 소통이 부족하면서 '중앙은행인 한은이 시장의 관심 밖에 밀렸던 것'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시각도 비슷했다. 그러면서 구두개입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런 측면에서 환율정책만 놓고 보면 '일본'이 가장 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유로존보다 일본의 환율정책이 더 낫다는 것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드라기 총재는 구로다 총재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엔화와 유로화 모두 약세지만 일본이 더욱 잘 대처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은 환율약세와 더불어 경제에 신용을 공급하고 있지만 유로존은 환율이 떨어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며 신용공급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가 말로만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다만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한은의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손 교수가 아이켄그린 교수에게 한은의 대응방향을 묻자 그는 "현재 한국이 보이고 있는 4% 가까운 경제 성장률은 좋은 결과"라며 "다만 한국 물가수준이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 얼마나 가까운지 데이터가 없는 상태라 코멘트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 금융시장이나 환율시장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다. 때문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언제 금리인상 카드를 들고 나올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미국 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는데 연준의 최고참 매파인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금리인상은 100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면서 "FOMC 위원들이 제시하는 향후 금리전망 공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담에서 두 석학은 "올해 하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FOMC가 금리를 인상하기는 하겠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몇 가지 전제 하에 금리인상 시기를 예측하기도 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실업률이 5.5%까지 떨어지고 경기회복세가 유지된다면 2015년 중순에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력의 재진입이 어려워지고 실업률이 높아진다면 금리인상 시점은 2016년 이후로 늦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 역시 "FOMC는 2015년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더 늦게 올릴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조바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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