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구글과 애플의 성장전략이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하드웨어 비중은 줄이고 고정적으로 높은 마진이 보장되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두 회사는 각각 보유한 모바일플랫폼 안드로이드와 iOS에 최적화된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결제 등 운영체제를 개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앱 시장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월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무인차 개발 등 프로젝트를 이끈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X'의 세바스찬 스런 전 연구소장은 "앱 개발자들이 구글이 개발한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유행시켜 줄 수 있도록 앱 개발자들의 입맛에 맞춘 소프트웨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달라진 구글의 전략은 지난달 28일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I/O)에서도 확인된다. 구글은 새로운 태블릿PC·스마트워치·안드로이드TV 등을 내놓는 대신 결제 시스템 '안드로이드 페이', 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 '브릴로(Brillo)' 등을 야심 차게 선보였다. 브릴로는 가정용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이를 적용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스마트기기로 가전제품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 자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제품 총괄 부사장은 개발자들에게 "한 명의 요구도 빠뜨리지 않고 수용하기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글이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결제 등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면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그만큼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런은 구글이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하려면 "보다 먼 미래를 위한 비전이 필요하다"면서 "문어발식 개발보다 IT산업에서 구글만의 특성을 살린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오범의 폭 잭슨 애널리스트도 "구글은 시장 흐름에 따라 기회를 포착하고 이에 맞춰 현재 상품을 개선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구글이 핵심 기회에 집중하고 구글플러스·넥서스Q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더 성숙한 기업이 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애플은 지난해 내놓은 '홈킷'용 소프트웨어 홈앱 개발을 본격화하는 등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구축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 iOS9에 탑재할 예정인 홈앱은 가전기기들을 하나의 앱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구글 '나우(Now)'처럼 사용자가 찾는 정보를 예측해 제공하는 '프로액티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아이폰 캘린더를 자동으로 체크해 약속시간에 맞춰 미팅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주고 교통상황을 분석해 빠른 길과 도착시간을 알려준다.
구글과 애플이 앞다퉈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운영체제 자체가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스토어는 유통망을 제공하는 대가도 앱 개발자로부터 30%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내고 있으며 앞으로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등을 공급해 전자업체 등으로부터 고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플랫폼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하지만 애플과 달리 무료 앱을 공급해 수익성이 저조했던 구글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은 큰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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