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는 금융을 의미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닉(technique)의 합성어다. 결제나 송금·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정보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5년 새 전 세계 핀테크 투자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할 정도로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IT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혁신적인 모델을 만든 대표적인 금융회사로서 독일의 피도르(Fidor)은행을 들 수 있다. 이 은행은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이 자체 인터넷사이트와 페이스북·유튜브, 트위터 및 구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규 고객은 페이스북커넥트(Facebook Connect)를 통해 계좌를 신청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 수가 올라가면 예금 금리도 상승하는 등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방법도 적용했다. 피도르은행의 강점은 이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커뮤니티 은행이라는 점이다. 피도르은행 웹사이트에는 고객이 제시한 수천개의 상품 아이디어와 금융서비스 상담자들의 평가, 개인이나 가정에서 절약하고 돈을 모을 수 있는 조언 등이 올라와 있다.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질문하면 10센트, 다른 사용자들에게 조언하면 25센트, 상품을 제안해 선정되면 100유로의 보너스를 주는 등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IT기업의 금융서비스 진출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들 IT기업은 온라인 지급결제서비스를 통해 금융산업에 접근하고 있으며 자산운용산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국의 경우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지난해 초단기 펀드인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12개월 만에 650억달러, 우리 돈으로 66조원을 모집하며 중국 내 최대 MMF 판매회사로 등극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이 IT기술과 결합을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막상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변화가 더딘 실정이다. 우리 금융산업이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경쟁력을 상실하고 몰락할 수도 있다. 국내 유통산업이 합리적인 소비문화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다가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확산으로 위협받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IT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금융산업과 IT의 융합이 더딘 것은 무엇보다 관련 규제 탓이 크다.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면확인' 원칙을 유지하는 금융실명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규제가 있는 한 우리나라에서 피도르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의 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규제 완화 논의 때마다 나오는 문제가 고객정보 보호다. 그도 그럴 것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의 편의와 보안성은 반비례하지 않는다. 미국 아마존의 자체 결제 서비스인 원클릭의 경우 처음 한번 입력 후에는 클릭만 하면 되지만 보안 사고 소식은 없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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