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의 문제점은 익히 지적돼왔다.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의 선택 결과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다는 불합리성이 가장 큰 맹점이다. 3,000여개에 이르는 대학전형 방식도 더 복잡해졌다. 올 1월 9개 주요 사립대들이 시행 유보를 건의한 것도 이런 혼선과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교육당국이 선택형 수능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한 이상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수험생의 선택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지, 난수표식 대학전형 방식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교육당국의 진지한 고민의 결과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막연하게 B형은 과거의 수능 수준이고 A형은 수능보다 쉽다고만 한다.
더구나 만점자 1% 수준의 난이도 원칙도 폐기돼 더 혼란스럽다. 교육당국은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실시한 뒤 학생들의 선택 유형과 학력 수준을 확인한 뒤 AㆍB형 난이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생들을 실험 대상에 올려놓고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난이도 원칙이 없다면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자칫 무의미해질 수 있다. 실제 수능에서 유형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 예측 가능성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유형별 난이도가 불분명하다면 수험생더러 눈치보기를 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는 깜깜이 수능을 실험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수능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원성을 어떻게 감당할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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