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여파로 올 늦여름 금융시장에 폭풍우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솔솔 나오고 있다. 미 정크본드 수익률 급등, 신흥국의 자금유출과 달러 강세 재개 등이 그 징조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역시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여름철에 시작됐거나 절정에 달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미 국채 가격은 하락(수익률 상승)한 반면 미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는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됐다"며 "오는 9월에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려면 경제지표가 상당 수준 악화돼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게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연준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미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할 경우 신흥시장 자금유출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날 미 국채 수익률은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 불안 등의 여파로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여름 휴가철 거래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DRW트레이딩의 루 브라이언 시장전략가는 "노동지표 개선이 지속되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현재 미 국채시장은 폭풍 전의 고요함"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아직 안정돼 있는데도 이미 신흥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인 EPFR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1주일간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순유출액은 45억달러였다. 3주간 순유출 규모는 145억달러에 달했다. 또 JP모건의 주요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1999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시 미 주식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거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 움직임의 선행 잣대인 정크본드 회사채에서 자금유출이 위험신호라는 것이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미국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7월1일 4.64%에서 8월3일 5.13%로 치솟았다.
특히 중국 증시 요동, 미 기업실적 저조,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된 가운데 여름철을 맞았다는 것이 우려 요인이다. 통상 여름에는 금융권의 휴가와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거래량이 떨어지고 시장 변동성은 커지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따른) 2013년 긴축발작, 1998년 금융위기에서 보듯 대사건은 여름에 발생했다"며 "연준 금리인상 전망과 8월 유동성 부족이 맞물려 앞으로 몇 주 내로 자산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로 시장 유동성이 감소하며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은행이 채권시장 조성 기능을 잃은 탓에 한번 가격이 하락할 경우 매수자가 부족해 투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채권왕 빌 그로스 등의 주장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저금리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자 서둘러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리서치 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이 올 1~7월 주식·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1조9,600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조달액은 지난해 3조달러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발행은 5,600억달러로 최고치였고 회사채 발행은 1조4,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저금리와 주가 상승기를 이용해 인수합병(M&A) 등 성장 자금을 마련하고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자금난에 시달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최고 등급 회사채 발행은 기록적인 속도로 늘어난 반면 더블 B등급 이하의 채권 발행은 18%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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