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협상에 지지층과 반대층이 즉각 한목소리로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의 개방을 이끌었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에 죽음을"과 같은 선전구호를 외치며 중동 전역의 반미 테러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악한 정권이다.
닉슨의 중국 개방정책도 반대 거세
하지만 지난 1971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밀사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아보자. 당시 (중국 국가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반미 지도자였으며 아시아와 그 이외 지역에서 무장 게릴라단체들을 지원했다. (베트남전 당시) 베이징 정부는 북베트남을 도와 미군과 싸워 죽이라며 병력과 물자·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닉슨의) 중국 개방정책도 초반에는 이런 사항들 중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 중국의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는 닉슨 대통령 및 키신저 장관과 협상을 하면서도 '북베트남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북베트남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베이징은 북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송량을 늘리기까지 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이란으로부터 더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몽상론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과거 닉슨) 정부도 대만을 배신하고 중국을 유엔에 가입시키기로 한 합의보다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었다는 맹비난을 보수진영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중국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과 같은 지역에 대한 공산주의 혁명 지원을 줄이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마침내 후임 지도자인 덩샤오핑의 집권 후 중국의 전면적인 외교정책 재검토로 이어지게 됐다.
과거 중국의 친서방 정책은 옛소련 연방의 해체 및 무역봉쇄로 인해 촉발됐지만 현재 이란은 그와 같은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지 않다. 그리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인해 )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석유를 생산해 수백억달러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여서 (옛 소련처럼) 완전히 고립되거나 빈곤해진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전 세계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차세대 지도자들도 이란을 보다 정상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이란 정부의 대외정책이 온건해질 것이라는 징조일까. 역사를 돌아보면 전 세계 국가들이 단합하고 경제적으로 뭉칠수록 문제 국가가 나타날 소지는 줄어들고 안정이 유지될 유인은 늘어난다. 강경론자들이 이란 핵협상 합의에 반대하는 것도 분명히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은 이번 핵협상이 이란을 잘못된 길로 이끌어 (온건파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란 개방도 장기적 효과 발휘할 것
물론 (핵협상 타결 후에도) 이란은 자신의 국익을 좇을 것이고 종종 이로 인해 미국의 외교정책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동 지역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최대 도전과제인 이슬람국가(IS)의 위협 등에 대해 미국과 이란은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에는 이란에서 별다른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닉슨 대통령과 협상 당시) 중국에서도 그러했다. 하지만 앞으로 십년간 이란이 전 세계와 더 많이 접촉하고 교류하며 무역과 자본거래를 늘린다면 이란을 현대의 세계 일원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란인들의 입지는 점점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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