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영화배급시장에 진출했다.
LG그룹의 영화시장 진출은 국내 영화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수 있는 대기업의 신규 참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이미 활발하게 영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CJㆍ롯데ㆍ오리온그룹과 함께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계열사 ㈜미디어로그(옛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를 통해 스페인 영화 '디엔드-인류 최후의 날'을 13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어두운 비밀을 공유한 친구들이 20년 만에 조우한 뒤 겪는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인물들 간의 숨겨진 과거와 진실이 밝혀질수록 미스터리한 자연현상, 동물떼의 습격, 사람들의 실종 등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영화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브레이킹 던-파트2' 등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흥행을 입증했던 작품이다.
수입과 배급을 미디어로그가 맡아 처음 개봉한 영화지만 국내 영화계는 LG그룹이 영화배급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도 이날 "그룹 내 정보통신 계열사인 LG유플러스에 공급할 부가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는 해외 영화를 실험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5월께부터는 본격적으로 극장개봉용 영화를 수입 배급하거나 국내 영화에도 직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와 미디어로그를 중심으로 통신과 영화산업의 전후방 시너시 효과를 노리겠다는 설명이다. 미디어로그는 현재 PC 기반의 영화 VOD 전문포털인 '무비팟'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의 영화배급시장 진출은 CJㆍ롯데ㆍ오리온그룹 등 다른 대기업과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영화 배급시장 점유율은 CJ그룹 계열 CJ E&M(28.6%)과 오리온그룹 계열 쇼박스(12.8%), 롯데그룹 계열 롯데엔터테인먼트(12.4%) 등 3개 대기업이 53.8%를 과점하고 있다.
특히 영화관까지 소유한 CJ와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2,081개 스크린 가운데 1,448개(70%)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그룹이 영화배급에 이어 상영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국내 영화시장 재편도 가능하다고 영화계는 관측했다.
LG그룹의 행보는 또 앞서 영화 제작 및 배급시장에 진출한 통신회사 KT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KT는 2005년 인수한 계열사 싸이더스FNH를 통해 영화배급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 최대 제작사였던 싸이더스FNH는 '8월의 크리스마스' '주유소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살인의 추억' '타짜' 등을 제작 배급했던 회사다. 싸이더스FNH는 KT에 인수된 후 다소 위축됐지만 최근 영화가 각광을 받으면서 올 초 그룹 내 콘텐츠 전략을 담당했던 이한대(34)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타짜2' 제작에 들어가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화계는 이처럼 영화시장이 대기업의 각축장으로 변할 경우 그동안 대기업과 영화인들이 논의해온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협약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해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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