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보육예산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른바 '국회안'으로 불려지는 영유아법 개정안은 서울의 보육예산 가운데 국고보조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국고보조율 30%'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어서 재원분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갈등 재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보육예산 편성시 '국회안'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박원순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보육예산 편성시 국회안을 기준으로 할지, 정부안을 기준으로 할지 고민해오다 국회안으로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다음주에 예산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예산 최종 제출일은 11월11일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말 전국 지자체들의 내년 보육예산 국고보조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올린 30%까지만 지원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부 법령보다 상위에 있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정부 지침을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시장은 9월5일 무상보육 예산확보를 위해 지방채 2,000억원 발행을 결정하면서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더 이상 이렇게 지방재정을 뿌리째 흔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당시에 보육예산 국조보조는 현행보다 20%포인트 상향해야 된다는 점을 강하게 드러냈다.
국고보조율 30%인 정부안을 적용하면 서울시는 내년에 3,257억원의 무상보육 재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국회안을 적용할 경우 서울시 부담은 2,092억원으로 줄어든다. 국회안을 적용할 경우 정부안보다 1,165억원의 재정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안 적용시 무상보육 시행 이전 대비 3,257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돼 올해 실제로 추가 부담한 2,285억원에 비해 부담이 더 늘어난다"며 "세수증가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부담 증가는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무상보육 예산부족으로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한 서울시로서는 내년에 1,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족분을 메울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도 국회안을 기준으로 채택한 배경이다. 서울시는 올해 무상보육 예산 3,708억원이 부족해 정부자금 1,423억원을 수혈 받고 나머지 부족분 2,285억원은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가까스로 해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최후의 수단으로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충당했지만 내년에는 정부의 특단지원 대책 없이는 올해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국회안'을 내년 보육예산 편성기준으로 확정할 경우 내년에도 올해처럼 재원분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시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이고 내년에는 지방선거도 걸려 있다는 점에서 폭발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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