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6시께 서울시청 후생동 4층 강당. 이날 열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시민제안사업 선정 투표 결과 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결과를 확인하고자 현장에 나온 자치구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1위부터 차례로 발표해온 김상한 시 예산담당관이 다음 페이지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한쪽에서 "됐다"며 환호성이 터진 반면 사업 탈락을 확인한 쪽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다.
올해 첫 시행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에서 내년 시민 제안사업에 배당된 예산 500억원이 쓰일 132개 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 7월 20일까지 시민과 자치구가 제안한 사업은 모두 402개, 사업비 1,989억원 규모였다.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자치구별 소위와 분과별 심사를 통해 162개 사업을 탈락시켰고 지난 1일 최종 결선에 240개(876억원 규모)를 올렸다.
투표일 덕수궁 돌담길에는 25개 자치구들이 각각의 부스를 차리고 시민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열띤 경쟁을 벌였다. '어린이 놀이터' 등 12개 사업을 결선에 올린 금천구는 차성수 청장이 직접 시민위원 등록장소 앞에 나와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한 표를 호소했다. '청소년 전용클럽'을 제안한 은평구는 지역 중고생 15명이 나와 가요 '강남스타일'을 고쳐 만든 '은평스타일'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시민위원들은 미리 받은 사업 설명서와 각 구청 부스에서 현장 설명을 들은 뒤 시청 후생동 2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각자 240개 후보사업 중 30%에 해당하는 72개 사업을 골라냈다.
집계결과 1위는 108표를 얻은 창동문화체육센터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도봉구), 2위와 3위는 각각 '왕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지역공동체사업'(금천), '홀로사는 저소득 노인가정 가스안전차단기 설치'(동대문)가 차지했다.
시민들은 장애인ㆍ여성ㆍ어린이ㆍ어르신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폐지수집 어르신께 안전용구 지급'(관악), '한부모가정지원센터 추가 설치'(서울시) 등이 상위권에 올랐으며 도봉구 함석헌 기념관 건립, 강서구 문화의 거리 조성 등 문화사업도 뽑혔다. 시민위원 구봉회(70)씨는 "사회적 약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 위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자치구별로는 관악구와 강북구가 각각 13개, 12개씩 가장 많은 사업이 선정됐고 금액으로는 은평구(40억7,000만원)가 가장 컸다. 강남ㆍ서초ㆍ양천구는 1건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결정된 사업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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