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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2월 나렌드라 모디가 당시 구자라트 주총리 3연임에 성공하자 모디의 소속당이자 인도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당(BJP)에서는 "인도를 이끌어갈 차기 대권 주자는 모디뿐"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모디 열풍(Modi wave)'의 시작이다. 이후 지난해 9월 일찌감치 BJP의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된 모디는 선거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자리를 꿰차며 선거 기간 내내 이번 총선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이번 인도 총선은 10년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당(INC) 주도의 연합정부(UPA·통일진보연합)의 연이은 부패 스캔들과 경제 실정, 그리고 '구자라트 신화'로 상징되는 모디의 화려한 개인기가 뚜렷하게 대비된 선거였다. 현지에서 만난 운수업 종사자인 소빈더(33·남)씨는 "모디가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달성한 경제적 성과에 대한 수많은 얘기가 연일 뉴스를 통해 전달됐다"며 "모디는 인도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INC에 대한 지지도는 이번 총선 기간 내내 바닥에 머물렀다. 2009년 총선에서 예상 밖으로 대승을 거두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 불거진 △'2세대 이동통신(2G)' 주파수 부정 특혜 △석탄채굴권 부당 배정 스캔들 △자금횡령 사건 등에 잇따라 연루되며 '부패 정당'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세계부패지수 순위에서 인도는 94위를 차지했다. 부패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부채 척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신생 군소 정당 보통사람당(AAP)의 선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투명성 문제에서도 모디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10년 넘는 구자라트 주총리 재임 기간에 인도 사정기관 및 언론들은 집요하게 추적했지만 모디와 관련된 부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모디는 이러한 자신의 청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앞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디는 구자라트 주정부에서 일하는 남동생이 10여년간 주총리를 지낸 자신의 집무실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며 "이것이 내 가족의 규율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 정가에 돌풍을 일으킨 모디의 급부상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인도 최고 정치 명문인 '네루-간디 가문'의 몰락이 뚜렷해졌다. INC가 차기 총리 후보로 내세운 라훌 간디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의 증손자다. 그의 할머니 인디라 간디와 아버지인 라지브 간디 등도 총리를 지내는 등 네루-간디 가문이 인도를 이끈 기간은 무려 48년에 달한다. 1947년 인도가 독립한 이래 70%에 해당하는 기간을 한 가문이 통치한 셈이다.
그러나 노점상 출신의 강력한 적수를 만난 라훌 간디 후보에게 가문의 명성은 오히려 짐이 됐다. 델리 최대의 도매시장인 아자드부르만디 시장에서 만난 한 과일 상인은 "라훌 간디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며 "그저 가족의 이름을 파는 정치 풋내기"라고 그를 평가했다. 다만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타임스는 INC 내부에서 이번 선거를 놓고 "만모한 싱 현 총리가 책임질 문제이지 간디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간디 후보를 두둔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INC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으로 확보할 의석 수가 130석 정도에 그쳐 1999년 114석을 확보한 이래 15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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