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을 숭배하는 풍조를 가리켜 흔히 '물질 만능주의'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틀린 개념이다. 돈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은 손에 잡히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물질적인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찢어버리고 녹여버리면 처치곤란한 쓰레기만도 못한 그것은 '돈의 표시'일 뿐 돈 그 자체는 아니다. 진짜 '물질'인 음식이나 옷을 무한정 모으는 사람은 없지만 돈에 대한 맹목적인 욕망은 끝이 없다. 역시 돈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문학자인 저자가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는 부제와 함께 돈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파고 들었다. 도대체 돈이 뭐길래?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돈의 철학'에서 "추상적이고 보편타당한 매개형식"이라는 개념으로 돈을 정의했다. 이에 동의하는 저자는 "돈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매개)이자 사회시스템"이라며 무형의 기호를 통해 유형의 물질을 획득할 수 있는 '돈'이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돈은 '가격'과 '가치'라는 의미 안에서 그 정체를 드러낸다. 저자는 사람의 몸값이나 예술작품에 가격이 매겨지는 속성 등 다양한 국내외 에피소드를 통해 가격과 가치를 따진다. 또한 파생상품으로 대표되는 금융공학과 부동산 불패신화 등으로 불거진 '머니 게임'의 허구성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다. 결국 돈은 소유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돈은 최상의 종(하인)이고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한 말을 인용해 진정한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해 돈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를 되묻고 있다. 1만3,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