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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셋값'시대 강남 다세대의 재발견

아파트보다 싸고 잘 고르면 시세차익도

거래 늘면서 몸값 쑥쑥… 경매시장서도 가장 '핫'

전셋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실수요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안으로 강남권 다세대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다세대·단독주택이 밀집돼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전경. /서울경제DB


학군 좋고 임대수요 풍부… 평균 낙찰가율 82% 달해

이달에도 알짜 매물 봇물

불법확장 여부·근저당 등 투자목적따라 잘 살펴야


분당신도시에 살던 전문직 이모(43세)씨는 몇 달 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4억5,000만원에 매입해 이사했다. 당초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강남권으로 이사를 결심했을 때는 아파트 위주로 살펴 봤지만 분당의 아파트값인 6억원으로는 도곡동 아파트 전세 매물을 찾는 것도 어려워지자 눈길을 다세대주택으로 돌린 것이다. 이씨는 "중개업소에서 강남권 다세대주택은 수요층이 꾸준해 잘만 고르면 시세차익도 남길 수 있다고 소개해줘 이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다세대주택이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과 새로운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매가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더 낮은 관리비를 들여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수요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지난 5년간 연평균 7.2%씩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당 208만원이던 전셋값은 지난해 295만원으로 뛰었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송파구의 전세가격은 각각 1㎡당 450만원, 433만원, 372만원으로 나란히 상위 1·2·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세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주택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이주수요를 흡수해 임대사업을 벌이려는 투자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재건축 대부분이 강남권에 몰려있는 반면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그에 못 미치는 만큼 다세대를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동구에서 내년까지 2만9,000가구가 멸실되지만 공급은 2만4,000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초구 S공인 관계자는 "강남 세입자들은 학군 때문에 강남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 재건축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지역을 벗어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다세대나 연립의 임대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세대주택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아파트처럼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 상담을 진행할 때 다세대주택의 입지와 임대수요가 풍부한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서울 강남권 다세대주택은 명문 학군 등의 입지와 풍부한 임대수요로 인해 다세대 투자 1순위로 꼽힌다.



◇매매·경매 양쪽 시장에서 인기 늘어=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지난달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총 3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건 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남구의 다세대·연립 거래량이 지난해 9월 21건에 그친데 비해 올해 9월에는 140건으로 급증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54건에서 99건으로 늘었으며 송파구 역시 120건에서 156건으로 증가했다.

거래가 늘다 보니 다세대주택의 몸값도 함께 상승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C다세대주택의 거래가격은 5억2,000만원(94.6㎡)이었지만 1년 후 5억8,300만원(89.8㎡)으로 6,3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석촌동 C주택(41.6㎡) 역시 지난해 3월 2억원에서 올해 9월 2억3,250만원으로 상승했다.

경매시장에서도 강남권 다세대·연립주택은 가장 '핫'한 매물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강남 3구 다세대·연립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2%에 육박한다. 74% 수준에 머물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올해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낙찰가율(76.33%)도 웃도는 수치다.

◇10월에도 알짜 경매 이어져=3·4분기 강남 3구의 다세대·연립 경매 매물은 총 193건이다. 이 중 160건에 대해 경매가 진행돼 72건이 낙찰에 성공, 평균 낙찰률은 43.8%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기 때문에 항상 수요층의 관심이 높아 서울 평균치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3·4분기에 이어 10월에도 경매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36-3 삼형빌리지2차 3층 301호의 경우 오는 13일 입찰이 이뤄진다. 토지와 건물면적은 각각 45.2㎡, 85㎡다. 감정가는 3억8,000만원이며 지난달 한 번 유찰됐기 때문에 3억400만원에서 최저 입찰이 시작된다. 방 3개와 욕실 2개, 거실, 주방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하철 8호선 문정역과 송파대로에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어 15일 입찰 예정인 강남구 논현동 2502 리츠하우스 3층 301호는 대지 154.2㎡, 건물 244.7㎡ 규모다. 건물 면적이 넓은 만큼 내부가 방 4개와 욕실 3개, 주방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7호선 논현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인근에 학동공원이 있어 주거 쾌적성도 높다. 감정가는 26억3,000만원이며 최저가는 21억400만원에서 시작한다.

서초구 서초동 1436-9 삼안빌라 4층 402호는 28일 입찰이 이뤄진다. 감정가는 6억7,000만원에서 현재 5억3,600만원으로 낮아진 상태다. 토지면적은 73.4㎡이며 건물은 134.5㎡다. 인근에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서일초등학교도 위치하고 있다.

◇불법 확장부터 경매 근저당까지 꼼꼼히 챙겨야=다세대주택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하는 것은 입지다. 시세차익, 임대수익 등 각각의 목적에 따라 주변 환경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강남권의 경우 건물보다 땅값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주변에 어떤 개발사업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세대·단독주택 등의 지분가격이 오르내린다"며 "투자 규모와 목적에 따라 입지를 잘 살피는 것은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베란다를 불법 확장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베란다는 위층이 아래층에 비해 더 작은 면적을 가진 구조 속에서 아래층의 남는 천장 면적만큼 생기는 공간을 의미한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에서 다세대주택의 베란다 불법 확장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매매 이후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수백 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올해 1월부터 1년간 불법건축물 양성화 차원에서 구청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경매를 통해 다세대주택을 입찰받으려면 근저당 금액과 세입자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 경매물건은 저당권, 가압류, 가등기 등의 권리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입찰 참여 전에 미리 신경을 써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을 경우 보증금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채권자나 세입자가 있는지도 체크해 부담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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