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의 꽃으로 불리던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연수를 마치고도 절반 이상 취업을 못하는 현실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들도 30% 이상이 실업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청년취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무려 1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78만2,000명) 중 청년층 실업자가 40%(31만3,000명)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65.2%에도 못 미치는 64.6%로 OECD 전체 37개 회원국 중 29위다.
청년 고용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시장의 비대칭 구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스매치 현상'으로 기업이 찾는 노동력과 구직자가 찾는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청년들은 대기업 위주로 일자리를 찾고 정작 일자리가 있는 중소기업은 외면하는 현상이다.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근본과 현상을 동시에 치유하는 것이다.
우선 교육과 직업 현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 교육투자는 직업교육의 부실화와 중소기업의 취업기피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비대칭 청년실업 장기화
또 하나, 대기업과 공기업의 임금 구조를 개혁함과 동시에 중소기업 고용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는 입사 이후 20년을 근속했을 때 초임 연봉에 비해 20년 차에는 평균 218%까지 인상된 급여를 받는다.
반면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는 100%에서 130% 수준에 그친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청년고용을 기피하고 중년 이상의 숙련노동자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공공행정, 국방, 사회보장 행정 및 보건,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50세 이상 중년 취업자는 3만7,600명으로 9.91% 증가했지만 청년 취업자는 2,400명 감소했다. 노동시장의 이 같은 변화는 많은 문제를 파생시킨다. 중견 노동자들을 조기퇴직시켜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하는 현상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고 노후 불안을 초래한다. 나아가 청년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임금체계를 선진국형으로 재구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실업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세계 청년 중 7,500만명, 약 13%가 실업상태라고 한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ILO보다 3배 이상 많은 2억9,000만명이라고 추정했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실업 문제가 향후 5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들의 공통된 과제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EY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경우, 고용의 3분의2 이상을 250인 이하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육성과 기업가 양성이 핵심과제라고 지적한다. 청년들의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업 인큐베이터(36%)와 정부의 신규창업자 지원프로그램(36%), 기업가 모임(32%), 멘토링 프로그램(28%), 교육훈련(26%) 등을 꼽았다. 창업지원과 기업가정신을 키우기 위한 핵심요소들이 압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청년 스스로도 장기적 안목에서 창업으로 자신의 영지(領地)를 개척하는 창조적 도전에 나서야 한다.
중기 처우 개선·창업 장려 나서야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함으로써 구직과 고용의 불일치를 해결하고 창업에 도전함으로써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사람이 생산의 중심이었던 산업사회에서 정보통신(IT) 중심의 첨단 디지털 정보사회로 이전되면서 시대의 주역인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A lost generation)'로 밀려나고 있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뿌리이자 미래인 청년이 무너지면 희망도 없다. 청년을 살려야 미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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