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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1弗=100엔 가능성… 멕시코 등 신흥국으로 돈 몰릴 듯

돌아온 엔캐리 자금 어떤 영향 미칠까<br>日 제로금리 유지 속 유동성 넘쳐 고금리 국가 통화 등 투자 나서<br>유럽 재정위기 다시 악화 우려에 엔화 조만간 강세 반전 전망도 많아<br>공격적 트레이드 재연은 어려울 듯


올해 들어 엔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비해 크게 하락하면서 엔화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 자금이 환차익을 노리고 브라질ㆍ멕시코ㆍ인도ㆍ호주 등 고금리의 신흥 경제국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규모의 '엔캐리 트레이드'가 재현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더 많다. 선진국과는 금리 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엔화가 조만간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부활 조짐=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 공급하고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 자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이 줄어듦에 따라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엔화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며 강세를 나타냈으나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섬에 따라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2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83.4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 때문에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 대비 8%나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2월13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를 띄워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고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10억엔(150조원)의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이에 국제 금융시장에는 추가적인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소(CFTC)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로 끝난 한 주간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에는 매수 포지션보다 64억달러나 많은 자금이 몰렸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지난달 "BOJ의 화끈한 결정이 중요한 움직임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엔ㆍ달러 환율이 올해 안에 100엔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글라스 보스윅 파로트레이딩 이사도 "마지막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던 때는 1990년대였는데 지금처럼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좋은 투자 방법"이라며 "최근 들어 고객들에게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통화를 사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 집중될 듯=특히 엔화는 멕시코 등 신흥국의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선진 시장보다는 신흥시장으로 몰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멕시코 페소화는 엔화 대비 20%나 급등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와 브라질의 헤알화도 각각 16%, 11%나 상승했다.

여기에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가 0~0.1% 수준으로 사실상 제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신흥경제국인 브라질은 7일 헤알화 강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두 번째로 한 자리대인 9.75%로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와 멕시코의 기준금리도 각각 8.5%와 4.5%로 늪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자금은 한국으로도 몰려들고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과 11월 일본 자금은 총 231억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매도했으나 12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선 이래 지난 2월까지 3,551억원의 주식을 매수했다. 또 지난해 일본자금의 한국 채권 순투자는 -23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2월 현재까지 4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00엔당 1,500원대였던 엔화 가치는 20일 현재 1,348원으로 떨어졌다.

김지만 우리선물 연구원은 20일 "엔화가치는 떨어지고 있지만 원화가치는 오르고 있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차이를 이용한 환차익과 국채수익률 차이를 이용한 금리차익을 모두 겨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엔캐리 트레이드 추세가 공격적이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악화될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경기가 악화될 경우 FRB가 3차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엔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났지만 엔화가 강세로 돌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FX콘셉츠의 존 테일러 회장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와 같은 침체에 빠지면 엔화가 다시 강세를 띌 수 있다"며 "하반기에 FRB가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음 달 정도까지만 엔 케리 트레이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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