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당초 벼락치기식 국감을 피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1차(8월26일~9월4일), 2차(10월1~10일)로 국감을 나눠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바쁜 정기국회 와중에 국감을 하느라 예산과 법안심사가 뒤로 미뤄지는데다 하루 10곳이 넘는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해 수박 겉 핥기식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묶여 국회법 개정안(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해 분리국감 실시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예전처럼 10월에 20일 연속으로 정기국감이 실시될 확률이 커졌다. 실제 이번 1차 국감에서 예정됐던 해외 국감은 취소됐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분리국감이 안 되면 원래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혹시 우여곡절 끝에 1차 국감이 실시되더라도 극심한 파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25일 본회의에서 국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행법상 26일부터 31일까지밖에 못하고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23개 기관에 대해서는 국감을 실시할 수 없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부실한 국정감사를 피하자는 취지로 야당이 주장해서 올해부터 국감을 분리하기로 했는데 이리 혼선을 빚으니 올해도 부실국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인 한 보좌관은 "1차 국감이 열릴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라 의욕이 떨어진다"며 "6월24일 원 구성 이후 7·30 재보선과 인사청문회 등의 정치 일정이 이어지고 의원과 보좌진도 아직 부처와 산하기관의 업무가 다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1차로 국감을 받기로 한 정부부처와 피감기관들의 혼란은 더 심하다. 여야는 앞서 16개 상임위원회별로 1차 국감계획서를 의결해 각 피감기관별로 국감 날짜를 정했다. 익명을 원한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국감을 준비하느라 상당히 신경을 써왔는데 여야의 정쟁으로 국감 일정조차 불확실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부부처 고위관계자도 "무척 혼란스럽고 국회가 갈지자걸음을 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의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29일 국감 일정이 잡혀 있어 상임위원회에서 22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참 곤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피감기관들은 "정쟁으로 어수선하고 의원들이 준비가 안 돼 있을 때 국감을 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국감 실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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