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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본주의가 북한 사회를 바꾸고 있다

북한 사람들도 햄버거 같은 서양식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평양 거리에서는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일자 현지 르포에서 우리는 사회주의 북한의 모습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평양의 패스트푸드바에서는 햄버거 1개가 북한 노동자 월급의 3~5배에 달하는 1만원(약 76달러)에 팔리고 있고 휴대폰 사용은 물론 폭스바겐·벤츠·BMW 등도 꽤 많이 보급돼 있다니 이 정도면 북한에도 자본주의 양식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달라지지 않은 것은 북한의 김씨 왕조에 대한 개인숭배다. 평양 시내 어디서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물론 김정일과 김일성의 대형 사진을 볼 수 있고 모든 주민들이 이들의 사진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다닌다고 FT는 전했다. 경제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씨 일가의 철권통치가 여전히 굳건함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자본주의화가 1990년대에 발생한 대기근 이후 생겨난 비공식 시장에서 자연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확산에 관해 북한 사회에 내재적 동력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북한 당국은 5월 모든 기관과 기업·상점 등에 자율적 경영권을 부여하는 '5·30조치'를 비롯한 잇단 경제개혁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힘입어 기업마다 자율경영이 확산되고 노동임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가 북한 사회 전반을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서 자본주의가 제 길을 찾으면 시장이 북한 정권을 이길 것"이라는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퍼슨의 주장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 북한의 변화는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북한을 개방과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할 수 있는 시점도 함께 무르익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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