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만 있으랴. 극장가도 여름 블록버스터 강자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이하 '…라이즈')는 가히 명불허전.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164분의 짧지 않은 시간이 결코 헛되거나 지루하지 않다.
영화는 배트맨(브루스 웨인 역, 크리스찬 베일)이 조커와의 대결을 끝으로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후 8년, 고담시를 떠난 브루스 웨인이 어떻게 영웅이 돼 돌아오는가를 그린다. 고담시는 범죄방지법으로 평화를 이어가지만 악당 베인(톰 하디)의 등장으로 다시 위기를 맞는다. 베인은 웨인의 회사는 물론 그가 추진하던 그린 에너지 프로젝트의 원자로까지 차지하며 고담시를 절망의 늪으로 빠트린다. 배트맨으로 계속 살아야 할지 갈등하던 웨인, 그는 은둔 생활을 접고 또 한번 승패를 알 수 없는 악(惡)과의 마지막 전투를 시작한다.
'…라이즈'는 고담시를 떠난 웨인이 다시 배트맨 옷을 입게 되는 과정을 다소 장황하게설명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특히 영화 도입부분이 퍽 인상적이다. 영화 속 중요인물인 파벨 박사가 탄 CIA 비행기를 베인이 납치하는 장면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상공에서 촬영한 이 공중 장면을 통해 배트맨이 대적해야 할 베인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영악한 악의 무리인지 가히 짐작케 한다.
영화의 백미는 휘몰아치는 후반 40분. 놀란 감독의 연출력이 한껏 돋보이는 부분이다. 고담시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 장면, 베인의 감옥 습격과 경찰들을 재판하는 모습에서 의도는 다르지만 마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던 혼돈의 프랑스 혁명을 연상케 한다.
IMAX관에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은 웅장한 스케일과 압도적인 시각 효과를 더욱 배가시킨다. 영화 음악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이며 1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담당한 한스 짐머가 맡았다. 놀란 감독과는 '인셉션''다크 나이트' 3부작을 비롯해 네 번째 함께 하는 작업이다.
꽉 찬 음향과 풍성한 볼거리 못지 않게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7년여 간 배트맨 역으로 살았던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정감 있다. '…라이즈'의 숨은 매력은 웨인을 세상 밖으로 이끈 조력자,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해서웨이)이다. 그의 팜므 파탈 매력에 극의 재미가 더해진다.
'…라이즈'는 놀란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판으로서는 손색 없는 마무리다.
끝으로 전하는 팁(Tip) 하나.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등 시리즈 복습이 극의 몰입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라이즈'만 봐도 내용 이해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전편의 인물들이 했던 행동의 결과를 다루고 있는 만큼, 전편을 사전에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다. 1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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