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성인들의 비계층적 공동체로 운영되는, 심지어 18개월짜리 아기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곳이 있다. 요리에서 교과과정까지 모든 부분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곳의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에게 자유와 책임이 어떻게 서로 양립하는지 가르쳐 주기도 한다. 명확히 정의된 '가치'를 기반으로, 학생과 교육자의 권리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학습공동체다.
이는 세상에는 없는, 허황된 교육 시스템이 아니다. 바로 유럽에서 실제 운영하고 있는 '파이데이아 학교'의 이야기다. 지난 2007년 사회운동가 이자벨 프레모와 존 조던이 유토피아 커뮤니티를 찾아 유럽을 횡단한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원했던 그들은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의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살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았으며, 그 결과 약 1년 동안 11개의 공동체를 직접 경험하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11개의 불완전한 유토피아, 즉 현실 속의 '나우토피아'가 책 속에 담겼다. 저자들이 첫걸음을 내디뎠던 '21세기 시민 불복종 캠프',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랜드매터스', 무정부주의학교 '파이데이아', 스스로 일을 선택하고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칸 메스데우'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저자들은 유럽의 이곳 저곳에서 색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 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결코 완벽하지도 않고 때론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불완전한 유토피아'다.
저자들이 제시한 11개의 유토피아는 우리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낼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실험실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크고 작은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데, 그것이 자연친화적인 커뮤니티일수도 있고, 자유에 기반한 변혁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대안적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유토피아란 불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면서 완벽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중략) 우리에게 유토피아란 바로 여기, 그리고 바로 지금의 삶의 방식이며, 자본주의사회의 소비천국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현재를 창조해가며 또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유토피아에 대한 저자의 이 같은 정의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 좀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2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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