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약 40년 만에 원유수출 금지조치를 사실상 해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가 올해 초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즈와 엔터프라이즈프로덕츠파트너스 등 에너지 업체 두 곳에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수출허용 방침을 통보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업체로부터 콘덴세이트를 구매한 외국 업체들은 이를 휘발유나 제트연료·디젤 등으로 가공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업체는 콘덴세이트에 설비처리를 해 오는 8월부터 수출을 위한 선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선적물량은 많지 않겠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내년부터 하루 평균 최대 70만배럴의 초경질원유가 수출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셰일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상당량이 해외에 판매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미국은 휘발유·디젤 등 정제된 석유제품의 수출은 허용하지만 원유수출은 금지하고 있다. 지난 1973년 아랍 국가들이 대미 원유수출을 금지하면서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그러나 최근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이 급증하자 국내 정제능력만으로는 처리가 어려워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미국 석유업계의 생산력과 정제능력의 불일치로 업계 전체가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 에너지안전청(EIA)에 따르면 3월 현재 미국의 일간 산유량은 820만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957만배럴에 근접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번에 설비처리를 한 초경질원유를 정제된 석유제품으로 인정해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미국이 원유수출을 본격화할 경우 그동안 중동 중심이던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국제 석유 가격이 현재 배럴당 100달러 전후에 형성된 가운데 미국의 원유수출로 국제 유가는 낮아질 수 있다. 반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올라 미국 소비자들은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국제 유가 및 국내 휘발유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원유수출의 빗장을 열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미 상무부도 연료비 가격 동향에 민감한 유권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원유수출 금지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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