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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한국리츠협회장

외국 자본 국내 빌딩 싹쓸이 참을 수 없어

교수직 던지고 부동산투자에 뛰어들었죠

부동산 금융학 1세대… 간접투자 활성화 위해 시장 플레이어로 변신

병원·호텔 리츠 처음 개척 새 투자모델 선보여 주목… 해외진출도 국내 1호 될 것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말 구조조정 차원에서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당시 금호생명빌딩)을 2,400억원에 매각했다. 매수자는 제이알자산관리(현 제이알투자운용). 그해 11월에 설립된 신생 리츠(부동산 투자회사)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최초의 구조조정 관련 상업용 빌딩을 사들이면서 제이알은 부동산 투자업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대학 교수에서 투자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김관영(58·사진) 대표에게도 쏟아졌다. 그는 같은 해 8월까지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이 13년이나 남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부동산 투자업계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이 내놓은 알짜 상업용 부동산을 외국 투자가들이 싹쓸이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안타깝고 속상했다"며 "10년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 상황에서 똑같은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알의 첫 투자는 대박을 쳤다. 대우건설 신문로 사옥을 4년간 보유하면서 얻은 임대수익으로 출자사에 연 평균 9.47%를 수익금으로 배당했고 지난해 초 건물을 2,868억원에 팔아 468억원의 매각 차익(capital gain)까지 얻었다. 이 매각 차익 역시 출자사에 골고루 분배됐다. 액면가(5,000원) 대비 잔여재산분배 배당률이 92.58%에 달했다. 김 대표는 "빌딩을 매입할 당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싸게 구입한데다 그 사이 오피스 가격도 많이 올라 수익률이 매우 좋았다"며 "제이알과 투자자 모두에게 '해피 엔딩'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국내 부동산 금융학 1세대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은행을 다니다 유학을 떠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부동산 금융을 전공했다. 귀국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 정책 담당 연구위원을 거쳐 1994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임용된 김 대표의 활동 범위가 강단을 벗어나 부동산 실물 시장으로 확장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2000년대 들어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지만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외국 자본의 독무대였죠. 2002년 리츠가 도입되고 부동산 펀드가 생겨나는 등 우리나라도 부동산 간접 투자에 눈을 막 뜨기 시작했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죠. 국내 전문인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뜻있는 교수들과 힘을 모았습니다."

김 대표는 2002년 김경환 서강대 교수(현 국토연구원 원장)과 손재영 건국대 교수, 최막중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저스트알(Just R)'을 설립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UC버클리대 하스스쿨, 일본 와세다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제휴 대학에 30~40명씩 해외 연수를 보냈다. 이들 대부분이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스트알은 목적이 교육과 자문이어서 대학 교수직을 병행할 수 있었지만 투자운용사인 제이알을 설립하면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김 대표는 교수직을 사직했다. 가족은 물론 동료 교수들의 우려가 컸고 본인 스스로도 고민이 깊었지만 과감하게 결정했다.

"운용사가 망하면 투자한 자본금만 날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잖아요. 박사학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실패한 것도 좋은 경험이니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할 얘기가 그만큼 더 많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가 교수직을 버리고 투자운용사 CEO로 변신하게 된 데는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을 지낸 이방주 회장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장이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맡았던 2004년께 협회 자문교수로서 친분을 맺은 그는 함께 해외 세미나를 다니면서 현지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볼 기회가 많았다. 특히 리츠와 같은 간접 투자가 활성화돼 있는 것을 목격한 이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후 2008년 김 대표에게 투자운용사 창업을 제안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다 거품이 꺼지면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10년 전 IMF 때처럼 위기가 올 경우 리츠나 투자운용사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면 괜찮을 것으로 봤습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 회장께서도 '건설사 CEO에서도 물러났으니 같이 한번 해볼까' 하시더군요."

제이알투자운용은 이 회장과 김 대표가 각각 3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고 이 회장의 동생인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도 약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청산된 신문로 사옥 외에 제이알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리츠 상품은 총 9건. 기업구조조정(CR)리츠와 위탁관리리츠가 각각 6개와 3개다. 최근에는 중구 회현동 남산 LG유플러스 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9건 모두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초기 설정된 리츠는 연간 8% 이상, 2012년 이후 투자한 부동산은 7% 이상 수익률을 내고 있죠. 당초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수익률 이상입니다."

리츠업계에서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제이알은 업계에서 늘 새로운 투자 사례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2009년 청담동의 고급 오피스텔 '피엔폴루스' 2~3층을 사들여 차병원과 함께 건강검진센터와 피부관리·노화방지클리닉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이알제2호는 국내 최초로 병원에 투자한 리츠다. 2011년에 매입한 을지로 와이즈빌딩을 리모델링해 비즈니스호텔로 바꾼 제이알제5호는 호텔 리츠의 효시 격이다. 제이알의 투자 부동산 중 호텔로 운영되고 있는 건물이 와이즈빌딩(스카이파크)을 비롯해 명동 센트럴빌딩(스카이파크)과 충무로타워(티마크), 영등포 디큐브시티 호텔시설(쉐라톤) 등 네 곳이나 되는 것도 이채롭다.

"부동산 투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리모델링하거나 임차인 구조를 바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가 중요하죠. 무엇보다 현 상태보다 좀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재창조하는 판단을 늘 요구합니다. 일반 오피스를 비즈니스호텔로 바꾸고 웨딩홀과 피트니스센터로 운영되던 공간을 고급 건강검진센터와 피부클리닉으로 변신시킨 것은 치밀한 사전 분석과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진 예상 수익률에 근거해 내린 판단이죠.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창조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할 겁니다."

김 대표는 투자 대상 다각화와 함께 올해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첫 타깃은 '아베노믹스'에다 2020년 올림픽 유치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 도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내로 '한 건' 하겠다는 목표다.

"제이알은 아직 자본금이 70억원에 불과한 작은 투자운용사지만 호텔·병원 리츠를 처음 도입한 만큼 해외 리츠도 가장 먼저 시도할 겁니다. 국내 리츠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좋은 현지 파트너도 만나야 하지만 정부·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해외 투자가 성공하면 운용사도 돈을 벌지만 국내 투자자에게는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진=김동호기자

김관영 대표는

△1956년 서울

△1975년 경기고

△1979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19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박사

△1979년 한국은행 조사1부

△198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1994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2010년 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

△2009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2012년~ 한국부동산분석학회 부회장

△2013년~ 한국리츠협회 회장

△2008년~ 제이알투자운용 대표이사 사장

"리츠는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배당상품… 상장 문턱 낮춰야

지난해부터 한국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대표는 '리츠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대중화를 위해 김 대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정부로부터 추가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리츠협회는 홍보 강화를 위해 리츠 수익률 정보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각 리츠가 분기별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협회가 평균 수익률을 분석해 공개하고 있지만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협회 차원에서 리츠 수익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시 업무를 이관 받았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기관투자가 위주로 운영되면서 간접투자상품인 리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다"며 "수익률 자료를 공개해 국민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리츠가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배당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리츠는 2001년 도입 후 2011년까지 연 평균 15% 이상의 수익률을 실현했다. 지난해 9월 현재 리츠 평균 수익률은 7.4%로 3년물 회사채 수익률(3.3%)을 크게 상회했다. 김 대표는 "리츠가 지난 10년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배당했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주면 일반 국민도 리츠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리츠산업이 발전하려면 증시에 상장돼 일반 국민의 투자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데 상장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80개의 운용 리츠 중 상장 리츠는 8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상장 리츠가 162개에 달하고 일본도 39개가 상장돼 있다. 이처럼 국내 상장 리츠가 적은 것은 2012년 개발전문 자기관리리츠의 잇따른 추문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장 규정이 엄격해진 탓이다.

김 대표는 "리츠의 갈 길은 상장 리츠이고 상장 리츠는 대형 자본금을 보유한 위탁관리리츠가 주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동산펀드의 경우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설립을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리츠는 인가제여서 활성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등록을 자유롭게 하되 정부가 사후감독을 철저히 해 문제가 있는 리츠의 경우 등록을 취소시키면 된다"며 "기관투자가들이 허투루 투자 결정을 하지 않는 만큼 등록제 또는 신고제로 바꿔도 자산운용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거나 리츠상품이 남발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리츠의 총 자산 규모가 1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최소 3조원에서 최대 5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내년까지 리츠 자산규모를 20조원까지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가 되면 운용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다양해져야 한다"며 "3대 투자 상품이 주식·채권·부동산인데 리츠가 활성화되면 개인들이 굳이 주택과 같은 부동산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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