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글로벌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가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카툰네트워크의 지분 100%를 인수한 일이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애니맥스·AXN·디즈니채널·NGC도 미국 기업들의 지분 추가 확보가 예상되는 채널이라고 언론을 통해 전해진다. 이들이 국내 채널을 인수하면 국내 중소형 PP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 방송 콘텐츠의 강자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던 지상파 방송사도 이 위기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국내 진입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들과 실시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지상파 방송 역시 사각지대는 될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는 한중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돼 방송업계서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방송산업에서 차이나머니 유입이 가속화되며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일어난다. 최근 국내 외주제작사와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제작 요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진출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의 방송사는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 동시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제작자들을 스카우트하거나 현지 제작시 자문 자격으로 초청하고 있다. 실제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PD와 '시크릿가든'의 신우철PD, '최고의 사랑'으로 유명한 홍미란·홍정은 작가, 최근 '쌀집 아저씨'로 알려진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 역시 중국 시장으로 옮겨갔다.
SBS 드라마 '올인' 이후 '주몽' 등 다량의 인기 드라마 제작으로 유명한 초록뱀 미디어는 중국 자본에 넘어갔으며 중국 자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영상사업 부문 폭스비디오는 키이스트에 1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 방영된 MBC의 '킬미, 힐미'는 한국의 팬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화책미디어그룹이 공동제작을 하기도 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는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우리의 인력으로 만든 방송콘텐츠가 국내에 역수입되는 상황을 조만간 맞을 수 있다. 결국 '한류(韓流)'가 '한류(漢流)'로 바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 자본의 국내 진입과 수익 유출에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이 투입된 프로그램이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방영된 뒤 중국에 유통되고 결국 대부분 수익은 중국 자본에 귀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중 공동제작이 확대되면 제작 노하우 유출과 제작비·출연료 등의 폭등 가능성도 있어 종국에는 중국 자본의 유치가 없는 드라마를 제작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 자본이 제작 인력을 흡수하면서 제작기반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려 이제는 중국 콘텐츠 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대만과 같이 말이다.
물론 중국 자본의 유입이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 아직 예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유입에 양면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며 따라서 국내 정부나 방송사·제작자들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제는 제작역량이 약화된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적용되는 과도한 규제는 범정부차원의 지원과 장려 정책으로 변화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나 제작사들 역시 단기적인 수익을 이유로 무작정 외국자본 유치를 도모할 것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성격이나 시장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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