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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고장 태백, 칼바람 헤치고 펼쳐진 설국 … 이곳이 백두대간 속살

매봉산 오르면 늘어선 은빛능선 굽이굽이 만항재엔 눈꽃의 향연

태백산 일대서 26일까지 눈축제 365세이프타운 체험도 즐길거리

눈 쌓인 만항재는 운전도, 걷기도 힘들었다. 도로 옆의 나무들에 눈이 붙어 얼어버린 상고대만이 겨울에 맞서고 있다.

눈을 뒤집어쓴 매봉산 풍력단지의 풍차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날갯짓을 하고 있다. 매봉산 칼바람 앞에서는 햇볕도 산산이 부서지고 손가락이 떨어져나가는 듯했다.

삼수령은 이곳에 떨어진 빗물의 일부가 한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들고 낙동강을 따라간 빗물은 남해로, 오십천 줄기를 타고 내린 빗물은 동해로 흘러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눈이 쌓인 만항재 꼭대기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 내렸다.

차 문을 열자 깨질 것처럼 날카로운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태백에서 백두대간을 거쳐 영월, 정선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길목인 만항재는 온통 눈밭이었다. 20컷쯤 셔터를 눌렀을까. 장갑을 꼈는데도 열 손가락이 모두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서둘러 차에 올라 창문을 내리고 셔터를 눌러대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재를 넘어서자 도로 위에 자동차 바퀴 자국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사륜구동차의 바퀴가 3분의1쯤 눈 속으로 빠져들었다. 더 이상은 전진이 힘들 것 같아 제자리에서 차를 돌려 오던 길을 되짚어 눈이 치워진 문명의 세계로 향했다. 시속 20㎞ 이하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 내려오는 차 안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하얗게 변해버린 말 그대로 장엄한 눈 세상, 바로 태백(太白)이었다.

◇상고대 늘어선 만항재=만항재는 태백에서 백두대간을 거쳐 영월, 정선으로 넘어가는 414번 도로의 다른 이름이다. 교통량이 적은 데다 해발 1,000m의 높은 구간이어서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설경은 설경이고 눈이 쌓인 겨울에 만항재를 넘기란 간단치 않다. 기자가 만항재를 찾았던 날에도 전날 내린 눈에 무릎까지 빠졌다. 고개의 동편은 햇볕 탓인지 눈이 많이 녹았지만 재를 넘어가니 전인미답의 눈밭은 오만한 자태로 기자의 접근을 조롱했다.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한 만항재이지만 한겨울에는 가지에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얼어붙어버린 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상고대로 변신한다. 만항재의 8부 능선쯤 올랐을까. 촬영을 위해 차에서 내리자 오른쪽 동쪽 사면 위편으로 늘어선 상고대들이 눈을 내리깔고 기자 일행을 바라봤다.

◇삼수령=만항재를 엉금엉금 기어 내려와 뜨거운 국물로 몸을 녹이고 다시 삼수령을 향했다. 삼수령은 이곳에 떨어진 빗물의 일부가 한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들고 낙동강을 따라간 빗물은 남해로, 오십천 줄기를 타고 내린 빗물은 동해로 흘러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삼수령은 피재라고도 불리는데 이 이름은 옛날 삼척 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理想鄕)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기 때문에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낙동정맥=낙동정맥은 태백산맥의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려가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에 닿는 산줄기의 이름이다. 길이가 370㎞에 이르며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의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백병산, 백령산, 주왕산, 주사산, 운주산, 사룡산, 단석산, 가지산, 취서산, 원적산 몰운대까지 뻗어내려 간다.

낙동정맥은 매봉산 정상 천의봉에서 줄기를 뻗는다. 매봉산은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데 배추밭 위 능선에는 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풍차들이 늘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1월에 찾은 132만㎡의 고랭지 채소밭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배추밭 옆에 차를 대고 바라보니 한때 싱싱한 푸른 잎을 자랑했을 배추들은 돌덩이보다 단단한 얼음덩어리로 변해 동상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낙동정맥이 이어지는 매봉산 정상 부근은 한낮인데도 칼바람이 몰아쳐 그나마 내리쬐는 한줄기 햇볕마저 흩뿌려버리니 배추들의 동사(凍死)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태백산 눈축제=겨울도시 태백은 눈 세상으로 변하는 태백산 일원에서 매년 1월 말, 9일간에 걸쳐 이벤트를 연다. 이름 하여 태백산 눈축제다. 태백산 눈축제에서는 눈조각전시전, 전국 대학생 눈조각전, 이글루카페, 눈싸움대회, 스노래프팅, 눈미끄럼틀, 눈꽃등반대회, 별빛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올해는 17~26일까지 태백산도립공원, 중앙로, 황지연못, 태백역 등 시내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탄광 지역이던 태백에 석탄 생산이 중단되면서 지역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른 태백산 눈축제는 올해로 21년째를 맞아 명성을 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백은 오는 2015년 평창·영월·정선과 더불어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태백을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65세이프타운=겨울 태백을 둘러보다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싶다면 365세이프타운을 관람해도 좋다. 지난해 10월 31일 개장 1년을 맞은 365세이프타운은 '2013 대한민국 올해를 빛낸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65세이프타운은 '안전은 학습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재난 안전체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5만㎡의 터에 1,7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민 안전을 주제로 조성된 안전체험 테마파크인 365세이프타운은 총 3개 지구로 구성돼 있으며 3차원(3D)·4D 입체영상과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형태 365세이프타운 체험관장은 "인근의 고생대자연사박물관과 태백레이싱파크, 매봉산풍력발전단지, 한강·낙동강 발원지, 용연동굴 및 태백산도립공원 등과 연계, 체험학습장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수첩

■ 맛집

△구와우순두부=하얀 순두부로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지역 맛집이다. 이 집에서는 주문을 받은 다음에 두부를 끓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음식 맛을 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 오전10시30분부터 문을 여는데 하얀 순두부에 양념과 김치를 넣은 다음 '빡장'이라고 불리는 이 집 특유의 장을 섞어 먹는다. 구와우라는 이름은 뒷산의 모습이 아홉 마리 황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따온 이름이다. 순두부 6,000원, 모두부 6,000원. 감자전(6,000원)과 도토리묵(6,000원)도 있지만 여름에만 주문을 받는다. 태백시 구와우길 49-1, 전화 (033)552-7124

△태백실비식당=태백을 대표하는 특산 음식을 꼽으라면 첫 번째가 한우다. 여름에도 18도 이하로 내려가는 해발 900m의 고원 목장에서 자란 한우라 고기에 마블링이 눈처럼 내려 있다. 대표 메뉴는 갈빗살과 등심. 가격도 저렴해 등심 1인분 200g에 2만3,000원. 갈빗살 1인분 200g에 2만3,000원. 육사시미, 한우육회도 모두 1인분 200g에 2만3,000원으로 서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태백시 황지동 감천로8, (033)553-2700



■ 가는길

경부고속도로(호법IC)-영동고속도로(남원주IC)-중앙고속도로(제천IC)-영월-정선-태백

■ 지역축제

태백산 눈축제 : 1월 중순~하순

태백 쿨시네마 페스티벌 : 8월 초

태백철쭉등반대회 : 6월 초

■ 주변 볼거리

대덕산 금대봉 생태경관보존지역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용연동굴

구문소

■ 잠잘 곳

△태백고원자연휴양림 : 총 28실 (033)582-7440 http://forest.taebaek.go.kr

△태백산민박촌 : 객실 수 73개 (033)553-7460

예약은 홈페이지(minbak.taebaek.go.kr)

/태백=글·사진 우현석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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