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부가 제멋대로 쓴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과의 연계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개편안에서는 그런 의지를 거의 찾기 힘들다. 오히려 복지부 산하로 가면서 정부 입김은 더 세질 판이다. 이사회 격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무늬만 독립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일부 부처끼리 기금운용본부를 서로 가져가겠다고 볼썽사나운 신경전도 벌인다고 한다. 기금운용의 독립은커녕 자칫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제1 목적은 수익성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기금고갈이 8년 늦춰지고 보험료를 2%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려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기금운용 책임자가 전문성을 갖고 외풍에 흔들림 없이 독자적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 받았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이 국민의 노후보장이 아니라 정부의 편의여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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