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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노총 위원장은 현장 목소리부터 경청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정기대의원대회가 정치참여를 둘러싼 내부갈등으로 66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노총은 지난 28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총선기획단 발족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337명보다 모자란 270명만 참석하는 바람에 본행사조차 열지 못하는 파행을 빚었다. 민주통합당 지지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불참했다고 하니 양측의 정책연대를 과시하려고 축사까지 했던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체면을 한참 구긴 모양새가 됐다.

한국노총 내부에서 간부들의 정치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일찍이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이용득 위원장은 내부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민주당과의 통합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민주당 최고위원을 맡는 것은 물론 간부들까지 파견해 도를 넘은 정치활동에 나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조합의 정치참여는 법규 내에서만 이뤄진다면 당당한 권리이다. 하지만 최고위원 겸직 같은 조직적인 정당활동은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노동단체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행여 간부들이 감투 욕심에만 눈이 어두워 87만 조합원들의 표를 이용하려 든다는 불필요한 의혹을 사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마땅하다.

이 위원장은 이제라도 정치와 노동운동에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합원들의 바람은 분명하다. 이 위원장이 민주당 최고위원을 그만두고 한국노총 위원장에만 전념해달라는 것이다. 더 이상 한물간 정치노선만 고집하다가는 조합원들의 호응도 얻지 못하고 노동활동의 입지만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조합원에게 안겨준 상실감이나 무력감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우선 심각한 분열상을 빚고 있는 조직을 추스르고 정치활동에 대한 내부합의부터 이끌어내는 게 순서다.

민주당도 정책연대의 한 파트너로서 이번 파행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과 밀월관계를 맺었던 한국노총을 최대 기둥이라며 치켜세우니 국민들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제1야당으로서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에 대해 확실하게 해명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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