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이인규 부장판사)는 8일 투자자 24명이 삼화저축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2011년 파산 선고를 받은 삼화저축은행의 채무를 승계한 예금보험공사에 후순위채 매입 당시 가격의 70%에 해당하는 13억원의 파산 채권이 있음을 확정하고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대주회계법인에는 1억2,000만원 상당을 배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손실금의 약 75%가량을 보상 받을 수 있게 됐다.
후순위채권은 이자가 높은 대신 만기가 길고 변제순서도 늦어 만약 발행 은행이 파산할 경우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없는 고위험ㆍ고이율 상품이다.
삼화저축은행은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55억원 상당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자기자본비율이 높고 대출연체율ㆍ여신율 등이 낮아 파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투자자들은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법인의 검토ㆍ감사보고서 등을 보고 은행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신해 후순위채 매입을 감행했다. 그러나 삼화저축은행은 2011년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후 같은 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파산 결정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주도한 삼화저축은행과 검토ㆍ감사보고서를 발행한 대주회계법인,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감독한 금융감독원과 그 업무를 위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부실대출비율 등은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결정 요소"라며 "삼화저축은행의 실제 BIS 비율이 투자설명서 등에 기재된 것에 비해 3% 정도 하락하고 부실대출 비율은 5%가량 높아지는 점으로 볼 때 이는 중요사항에 대한 거짓 기재에 해당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들에도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경우 좀 더 신중히 투자했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봐 배상책임은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어 회계감사를 맡았던 대주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주식회사의 회계처리가 기준에 맞게 됐는지를 조사ㆍ확인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할 만한 정황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책임이 있는 손해 3억8,000만원의 20%를 보상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부와 금융감독원의 경우 감독이 부실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 직접 손해가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해당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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