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를 다니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지난 11일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벽에 붙어 있는 공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12일과 13일에 수시 시험이 잡혀 있어서 11일 오후부터 13일까지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방침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짐을 싸면서도 답답한 마음은 감추기 힘들었다. 학교 도서관이 휴관을 한 사흘동안 취업 공부를 위해 카페에 가서 지불한 커피 값이 유난히 아깝게 느껴졌다. 최근 일부 사립대학교들이 과도하게 몰려드는 수시 응시자(평균 5만~6만명)들을 감당하지 못해 대학 강의실뿐 아니라 도서관까지 시험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사흘까지 수시 응시자를 제외하고는 도서관 출입을 불허하면서 대학의 주인인 ‘재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소재 주요 10개 사립대를 취재한 결과,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 등은 올해 2학기 수시모집 전형기간 동안 재학생 및 졸업생의 도서관 출입을 제한했다. 특히 연대세와 성균관대의 학생들은 수시 시험 하루 전날에도 책상 배열과 번호표 부착 등의 준비 작업 때문에 도서관을 출입할 수 없었다. 영문도 모르고 성균관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짐을 싸야 했던 김씨는 “7년째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비싼 전형료를 받으면서 인근의 중·고등학교를 빌려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등의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주말 내내 도서관 출입을 막는 것은 재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학교 측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나모(23)씨도 “중간고사가 3주도 채 안 남은 주말에 도서관을 휴관한다고 해 당황했다”며 “버젓한 대학 도서관을 놔두고 생전 가본 적도 없는 구립 도서관을 찾아가는 불편을 도리 없이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재학생들의 지적에 대해 성균관대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수시응시 학생들을 지원대학 건물에서 시험조차 못 보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7만 명이 한꺼번에 시험을 보러 오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 지원자가 넘쳐 재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근처의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빌리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희대·서강대·중앙대·한국외대·홍익대 등은 학생들에게 도서관 출입 막는 등의 불편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시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권영일 서강대 입학팀장은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자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며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다른 공간을 활용해서 매년 수시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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