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에 여러 채널을 통해 (센카쿠) 국유화가 안정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것임을 설명해왔지만 이해를 얻지 못했습니다."
지난 19일 밤 TV아사히에 출연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중국에서 연일 벌이지는 대규모 반일 시위와 당국의 강경대응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대중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선언 이후 전방위로 이뤄지는 중국의 일본 '따돌리기'에 일본은 연일 좌불안석이다. 해마다 100만명이 몰려들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고 중일 교류행사는 중국 당국의 지시로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인에 대한 배척ㆍ폭력행위도 발생했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간 냉랭한 기류가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 러시아와도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일본은 오는 12월 러ㆍ일 정상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타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동진정책의 일환으로 대일 공세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근래 일본의 보수우경화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던 아시아 국가들은 때마침 동시에 터져나온 영유권 논란에서 일본의 반대편에 나란히 서 있다.
동아시아에서 고립되고 있는 일본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나라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하지만 최근 중일 대립상황에서 나타난 미국의 태도는 일본이 기대하는 든든한 방패막이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 18~19일에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연달아 회동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부 장관은 일본을 비난하며 미국의 불개입을 요구하는 중국 지도층에게 "미국은 영토분쟁에 대해 어떤 입장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의견만 반복하며 선을 그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글로벌 패권의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대중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센카쿠 분쟁에서는 중국이 '전쟁 불사'를 외칠 정도로 강경해 섣불리 일본 편을 들었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당국자의 말을 인용, 과거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의 아시아 중시 외교가 초래한 미일동맹의 균열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ㆍ중ㆍ러가 거리낌 없이 '일본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미일동맹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케이신문도 패네타의 회동에서 보인 시진핑의 강경한 자세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미일 (관계) 분단을 축으로 하는 일본 고립화 촉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일본 고립화 전략은 일본 압박과 미국에 대한 외교공세에 그치지 않는다. 산케이는 19일 저우융캉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네팔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의 회동에서 돌연 센카쿠 문제를 언급하며 "중일관계 악화는 모두 일본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중국 측 입장을 설파했다고 전했다. 제3국에 대한 선전외교를 통해 글로벌 여론을 조성하고 일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쿄신문은 20일 중국ㆍ한국과의 영토분쟁으로 일본의 2020 하계올림픽 도쿄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우호국들을 움직여 도쿄 올림픽 개최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치외교적 고립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는 경제적 고립이다. 일본은 노다 정권의 취약한 정치적 기반과 특유의 폐쇄성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에서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TPP의 경우 일본보다 뒤늦게 교섭 참여 의사를 밝힌 멕시코와 캐나다마저 최근 교섭 참여가 정해진 반면 머뭇거리기만 하던 일본은 연내 교섭 참가가 아예 불가능해졌다. 한중일 FTA의 앞날도 불투명해진 가운데 일본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뺀 양자 간 FTA 논의에 나서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최대의 중국정보 사이트인 서치나에 따르면 중국신문사는 최근 논평을 통해 "보수세력 부상과 함께 역사인식ㆍ지역전략ㆍ경제전략에서 모두 실책한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고립되고 있다"며 "일본이 쇄국상태에 빠져 지역분쟁을 격화시키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결국에는 세계적 고립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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