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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위기 극복, 리스크 관리부터


유로존 위기 해법이 안개 속을 맴돌면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금융시장에 이어 급기야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G2(주요2개국)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등 세계경기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세계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이 위축되면서 올해 경제전망치를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했지만 일부에서는 3%대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불확실성을 더해갈 때 경제주체들, 특히 금융회사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건실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 실물경제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 때문이다. 인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최근 유럽계 은행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금융회사의 부실이 확대돼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금융회사가 자금순환의 중심에 서서 자금이 막힘없이 적재적소에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제반 절차와 과정을 점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물·금융시장 변화 꼼꼼하게 분석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는 일차적으로 경영진 차원에서 강화해야 하며 리스크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할 내부 감사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내부 감사의 역할은 크게 사전적 대응과 사후적 대응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전적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사전적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대내외 실물 및 금융시장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위험요인에 대처해야 한다.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부진이 경영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른 위험요인은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사례에서 확인됐듯이 각각의 경제위기마다 원인과 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 예전의 경험과 방법론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에서 확인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경제가 지난 1989년 헤이세이(平成ㆍ아키히토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사용 중인 연호) 시대 개막과 함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해 20여년간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세심하고 촘촘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현재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가계부채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속에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대 이상의 저소득층 가계부채와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향후 금융회사, 나아가 경제 전체에 큰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각 금융회사가 자체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우리 경제가 대부분 개방돼 글로벌화가 진전된 지금은 외부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실물 부문에서는 유럽 경제 둔화가 중국의 유럽 수출 위축→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해외 환경 변화는 직ㆍ간접적으로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경제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변화에 선제대응 도약 기회로

'풀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환경이 변하면 그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의미다. 환경 변화를 먼저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그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구의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지금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낙석(落石) 방지망 점검ㆍ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금융회사들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힘찬 도약을 준비하려면 감사망 점검 및 개선 작업을 충실히 해 확실하게 내실을 다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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