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김정률 전 그라비티 회장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30년간 뼈를 묻었던 게임이 아닌 ‘한국형 디즈니랜드’라는 거창한 개발계획을 손에 들고서다. 수십년간 방치된 채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인천 송도유원지, 자신이 젊은 한 때의 추억을 묻었던 그 곳을 세계적 테마파크로 꾸미겠다는 게 김 회장의 ‘복귀의 변’이다. “22년전 롯데월드의 민속촌을 시작으로 서울랜드와 대구 우방랜드, 부산 롯데프라자 등의 게임시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송도 유원지를 둘러보니 수십년 전 모습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한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 첫 발걸음을 뗀 거죠.” 김 회장이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게임업체 그라비티를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시켜 세계를 깜짝 놀래킨 것이 지난해 초의 일이었다. 2000년 직원 5명으로 시작한 그라비티를 나스닥 상장 5개월여 만에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무려 4,000억원에 매각해 또 한번 업계를 경악시켰다. 이후 공금횡령 논란과 소액주주와의 분쟁 등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지금은 원만한 합의를 통해 말끔히 해결된 상태다. “테마파크는 저에겐 생소한 분야입니다. 그래서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해 현 경영진에게 테마파크 조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일임했습니다. 인천공항과 현재 건설 중인 인천대교 등을 발판 삼아 동북아 허브로 도약하는 인천에 정말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만 했습니다.” 그는 국내 대표적 테마파크인 삼성 에버랜드는 물론 홍콩 디즈니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의 테마파크를 세우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멀리 중국ㆍ동남아 등지의 가족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명물’로 삼으려고 프랑스 업체가 개발한 400억원 짜리 놀이시설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성인을 위한 위락공간과 연계시키기 위해 송도 유원지에서 15분 거리인 청라지구 내 골프장 사업도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부동산 개발업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테마파크 사업은 일종의 외도인 셈”이라며 “다시 게임업계로 돌아가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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