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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업을 팽개친 中企
입력2007-06-22 16:24:07
수정
2007.06.22 16:24:07
‘옹 무언 무어 야 꽁’(집 사실려구요)
지난 19일 베트남 호찌민 공항 신도시 ‘푸미훙’(Phu My Hung). 기자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현지인은 호객행위를 하듯 아파트 구매를 권유하며 말을 걸어왔다. 공항을 나서도 한국 건설업체의 광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다.
2년 전만 해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하청을 맡아 잘나가던 중소기업 사장 K씨는 최근 아예 사업을 접었다고 한다. 그는 그나마 남은 투자금을 끌어모아 호찌민의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한채 값이 웬만한 현지인이 100년을 모아도 어려운 2억~3억원에 이르지만 매물이 나오면 부동산 업체로 달려가는 중기 사장들이 숱하게 많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현지인들은 부동산 열풍이 한류를 타고 베트남까지 건너왔는지 요즘 호찌민은 한국인의 부동산 열풍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3년 전 중소기업인들에게 기회의 땅이었던 베트남은 이제 부동산 투자의 엘도라도로 변한 느낌이다.
부동산 열풍에 휩싸이며 한때 3,000개를 넘어섰던 베트남 진출 한국 중소기업은 어디로 갔을까. 절반 이상이 사업을 접었거나 공장 부지 등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도 베이룬허(중국ㆍ베트남 국경 강)를 넘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밀려 위기를 느끼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야 오죽할까 싶다. 여기다 중국 내수기업에 떠밀려 자리를 잡은 베트남에서도 이제는 급성장하고 있는 내수기업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인들의 글로벌 부동산 투자는 결국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국내에서 경쟁력이 약화돼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리며 국내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기에 빠져 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내 산업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에 밀린 샌드위치 신세이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에서는 밀려오는 중국과 현지 내수기업 사이에서 해외 진출 기업들이 샌드위치가 돼 아예 경쟁을 포기하는 셈이다.
해외로 떠난 중소기업들은 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다. 중소기업은 글로벌 아웃소싱의 주체로서 홀로 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대기업과 글로벌 클러스터를 형성,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이 중소부품업체의 끈기 덕택에 10년 불황을 헤쳐 나올 수 있었다’는 한 일본 기업인의 말이 좀처럼 기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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