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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성철 신원 회장

"세계인의 사랑 듬뿍 받는 한국산 패션 명품 만들 것"<br>"中은 제2의 내수시장" 제2 창업 각오로 대표 복귀<br>남성복 '반하트 옴므'를 글로벌 명품 1호로 육성<br>투자 확대·브랜드 론칭 이어 매장 확충 등 공격적 행보… 해외 명품 잡화 인수도 검토



"한국에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품 브랜드가 배출될 차례입니다. 패션 명품 브랜드 육성에 여생을 걸겠습니다."

박성철(72) 신원 회장은 "우리 국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산에 대한 세계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TVㆍ조선업 등에서 출발한 한국발 명품이 패션업 등 소매 제조업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소비자들의 감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 소비재 분야에서는 국가 이미지와 품질, 디자인 파워, 내수 여건 등 많은 요소가 농축돼야 명품이라 불릴 만한 최우수 브랜드 제품이 양산될 수 있다"며 "그동안 선진국들이 주도해온 패션ㆍ화장품 등 고부가가치사업에서도 이제 한국산 명품이 배출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빈손으로 출발해 패션업 '한 우물'만 판 끝에 대기업을 이뤄낸 이랜드ㆍ세정ㆍ형지ㆍ한세실업 등 국내 대표 패션그룹 경영자 중에서도 박 회장은 '최고참 선배'에 속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4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해 경영 일선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창립한 '명품창출포럼' 회장으로 선임되는 등 누구보다도 바쁜 행보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명품창출포럼은 지난 2월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자본재ㆍ소비재를 목표로 화학ㆍ섬유ㆍ전기 등 각 분야의 국내 30개 대기업, 70개 중소기업 대표 등 100인이 모여 창립한 모임이다. 2개월마다 한번씩 조찬 모임을 갖는 등 명품 창출을 위한 노력과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글로벌 명품의 창출이야말로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 수출 증대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데 100개 회원사가 인식을 같이한다"며 "국내 소비재 역시 원가나 품질ㆍ시간 등에 우위를 둔 경영만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신원 입장에서도 이는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인터뷰를 위해 택한 장소도 회장 집무실이 아닌 신원의 신규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옴므'의 쇼룸이다. 지난해 신원이 선보인 이 남성복 브랜드는 이탈리아 패션 거목인 알바자 리노와 협업을 통해 현지 원ㆍ부자재와 인력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생산, '글로벌 명품'으로 육성 중인 1호 브랜드다. 신원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한국과 이탈리아ㆍ프랑스ㆍ중국 등에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육성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박 회장은 "반하트 옴므는 품질만큼은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라며 "오는 7월 중국 최대 백화점인 항저우 대하백화점 입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수출에 나서 글로벌화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은 본래 '베스뜨벨리' '씨' '비키' 등 여성복 전문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지만 신규사업인 남성복 부문에서도 '지이크 파렌하이트' 등이 연평균 20%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경우 중국 주요 백화점에서 전체 남성복 중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반하트 옴므의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도 하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게 된 배경에는 명품 브랜드 창출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중국 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보고 '제2의 창업'에 나선다는 각오로 대표에 복귀했다"는 박 회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신원 본사를 중국 상하이로 이전한다는 장기계획 아래 중국 시장 안착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중국 사업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기지 외 중국 내수를 위한 의류공장을 현지에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며 "중국 원ㆍ부자재가 점차 고급화되고 있어 디자인 인력을 파견하고 유럽 기업 등과의 협업을 더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은 중국 상하이와 다롄ㆍ칭다오ㆍ둥관ㆍ톈진 등에 현지법인 및 지사를 설립해 지역별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 브랜드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부문을 강화, 신규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포함한 전 브랜드를 국내시장과 중국 시장에 동시에 진출시킨 상태다. 3년 내에 베이징ㆍ상하이ㆍ청두ㆍ저장ㆍ우안ㆍ안위 등의 지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실제로 박 회장의 대표 복귀 이후 신원은 '공격경영'으로 변모하며 사뭇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이 불황으로 한껏 움츠린 것과는 달리 신원은 워크아웃 극복 이후 최대 수준이라 할 만한 투자와 브랜드 론칭, 해외공장 건설 등을 이뤄내며 체질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신원은 백화점 브랜드들이 앞다퉈 중저가 로드숍에 진출하고 있는 요즈음 '로드숍 대표 기업'에서 백화점 등 고급시장에 입성하는 '역방향 전략'을 택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남성복뿐 아니라 여성복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대표 명품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연내 '반하트 옴므'와 같은 수준의 여성복을 선보여 '여성복 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고급 여성복 브랜드 론칭을 예고했다.

박 회장은 최근 촉발되고 있는 국내 패션기업들의 해외 브랜드 인수에 관해서도 "유럽 금융위기로 서구권이 흔들리며 매물로 나온 좋은 기업들이 많다"며 "신원 역시 해외 브랜드 인수를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알 만한 구미권 명품급 잡화 브랜드 인수를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명품화 작업화 함께 진행 중인 대중화 전략은 지난해 함께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이사베이 드 파리'가 핵심을 담당하게 된다. 이사베이 드 파리는 론칭 6개월여 만에 현재 전국 85개의 대리점을 확보하며 로드숍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내에 160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추후 매장 수를 280개로 늘려 신원 최대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수출 전문 OEM 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다국적 생산처를 통한 글로벌 소싱력을 갖추고 있다"며 "원가 절감을 위해 과테말라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ㆍ중국 등 해외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놓은 만큼 글로벌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에 맞서 양질의 중저가 여성 의류를 양산하는 데도 신원만큼 준비된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 민간교류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효율성 확보 정책의 일환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한 지난 '천안함 사태' 때도 문을 닫지 않고 정상 가동돼 남북 간 민간교류의 평화 증진 가능성을 입증한 상태다.

박 회장은 "알려진 대로 개성의 임금은 중국의 3분의1 수준이지만 역량은 세계 최고"라며 "북한 인력을 우리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명품 브랜드 창출을 위한 관세ㆍ물류비 등 생산비용 절감은 물론 남북 간 문화적 거리를 좁히고 북한 주민들의 소득 증진에 기여하며 통일비용도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외환위기 당시 기업 전체가 흔들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신원의 기업 정상화와 성장의 원동력은 진실한 신뢰와 믿음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채권단과 기업의 믿음, 기업과 고객의 믿음, 최고경영자(CEO)와 직원의 믿음이 바탕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믿음경영ㆍ정도경영ㆍ선도경영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朴회장의 한민족 사랑

개성 근로자 좋아하는 기름진 국 점심 메뉴에 꼬박꼬박 챙겨줘…
간식용 초코파이·소시지도 인기


이해·배려해주니 생산성도 쑥쑥 "공장 인력은 이미 세계의류 명장"

지난 2005년 개성 시범단지 내 제1법인 준공식 당시 박성철 신원 회장은 "북한 주민들은 기름진 국을 좋아한다. (그런 점심 메뉴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다른 업체와 형평성을 맞추려 노력 중"이라고 말하며 먹먹한 표정을 보였다. 전 언론인 출신으로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이익을 사회와 나누고자 사업에 뛰어들었다던 그의 눈빛에는 같은 말을 쓰는, 같은 민족을 향한 사랑이 절절히 묻어났다.

신원은 개성공단에서 가장 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신원의 개성공장은 총 18개 라인에서 북측 근로자 1,400명이 하루 평균 5,000벌, 월 평균 10만벌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민간교류 차원을 넘어 업체의 생산성 향상에도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중국 인력 대비 생산성과 품질은 2009년에 이미 추월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 가장 가까운 중국 공장을 이용할 경우 물류에만 5~6일이 족히 걸리지만 개성은 단 2시간 내에 중국 대비 3분의1 수준의 임금과 무관세, 낮은 물류비로 운반까지 해낸다. 대부분의 패션업체가 판매량에 따른 '반응생산'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비용을 주고 국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원은 이 작업을 개성에서 해내고 있다.

공장을 연 지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초기 부분 제작에 일부 활용됐던 개성공단 인력은 현재 국내에서도 힘든 신사복 최고급 공정까지 전담하게 됐다. 국내에서도 극히 일부 공장을 제외하고는 만들 수 없는 비접착 신사복 제작에서도 개성 인력들은 세계적 명장의 '공인'을 받아낸 상태다. '반하트 옴므'로 인연을 맺은 이탈리아의 패션거목 알바자 리노는 개성공단을 둘러보고 '이탈리아보다 낫다'며 비접착 공정기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한민족이지만 남북한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방식 등의 차이는 상당하다"며 "개성공단에서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며 신뢰를 쌓아온 덕분에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초코파이ㆍ진주햄소시지 등이 북한 내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게 된 것도 개성공장 내 간식과 선물 등으로 이를 마련한 신원의 역할이 컸다. 신원이 베트남 등과 마찬가지로 공단 내부에서 기독교 신자를 위한 모임 처소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원은 현재 개성공단 내 근로자들의 편익을 위해 기숙사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 회장은 "오전3시30분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삶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내와 동일하게 손재주도 탁월한데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이들이 많고 공단이 들어선 뒤 지역 풍경 등이 변하는 것을 볼 때면 자부심도 크다"며 "제3세계 국가의 임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초일류 도약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약력

▦1940년 전남 신안 ▦1962년 목포중ㆍ고등학교 졸업 ▦1968년 한양대 법정대학 행정학과 졸업 ▦1970년 산업경제신문사(현 헤럴드경제) 논설위원 ▦1973년~ 신원 대표이사 ▦198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1998~2004년 제8ㆍ9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2009~2010년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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