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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영화 '괴물'과 한미관계

개봉 보름을 넘긴 영화 ‘괴물’이 ‘왕의 남자’에 이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함께 꿈의 1,000만 관객동원에 성공하면서 흥행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4대 선결 조건인 스크린쿼터 논란을 둘러싼 우려 속에서 개봉한 ‘괴물’의 선전은 한국영화를 아끼는 이들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외의 반응 역시 뜨거워 홍콩국제영화제ㆍ에든버러영화제에서의 호평과 함께 칸영화제에서는 각국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배우들의 연기와 특수효과, 그리고 ‘고질라’류와는 다른 의미 있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고 한다. 괴물의 성공은 극적 재미와 함께 한국영화에 의한 스크린 독점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될 만큼 국내 최대 제작사와 배급사가 전국 1,600여개 중 620개의 스크린을 점유한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지만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일 경우 전세계 흥행실적을 독식하고 있는 강력한 유통과 배급 시스템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의 공략 앞에 대만ㆍ뉴질랜드ㆍ멕시코ㆍ브라질처럼 한국영화 역시 쇠락의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예술이라는 인식에서 보듯 아직은 도급제 수준인 한국영화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작품성의 확보와 함께 체계적인 영화산업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DMB 등 뉴미디어 콘텐츠 확보를 명분으로 한 이통사들의 영화 제작사 인수 움직임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할리우드와 경쟁을 앞두고 총900억원 규모의 영상산업 펀드를 조성하는 등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 같다. 감독의 말처럼 ‘괴물’에는 한국사회와 미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이라는 배경설정을 두고 반미영화로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다. 할리우드의 미국 중심 애국주의나 우리 국민의 강한 민족주의 정서, 스크린쿼터 갈등은 우리 시대의 반영이자 트렌드인 것 같다. ‘괴물’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반도’가 손익분기점인 450만 관객동원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며 ‘한반도’에 등장하는 일본과의 무력충돌도 불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만이 자주국방이라고 강변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정작 안보나 경제 불안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본질을 왜곡하려는 현실 앞에서 냉철한 지성으로 국익을 일관되게 실천하는 지도자를 고대하는 국민의 바람이 과연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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